얼마 전 서울시의 가장 큰 재건축사업 단지인 서초구 반포주공아파트 1단지의 시공사 선정에서 현대건설이 최종 결정됐다. 잠실에서도 미성·크로바 아파트단지 재건축사업 시공사 선정에서도 롯데건설이 결정됐다. 그런데 수주의 영광보다는 상처가 더 깊을 수 있어 우려가 된다. 그동안 반포지역과 잠실벌 시공사 선정과정에서 현대건설과 GS건설, 롯데건설과 GS건설 간 난투극이 벌이지면서 수천만원에 달하는 금액을 이사비 명목 또는 재건축초과이익환수금 대납건 등 무상 제공을 공약으로 내 놓는 등 과열양상이 벌어졌다.
건설업계에 따르면 이렇게 과열양상을 보인 이유는 반포주공1단지 재건축사업의 공사비가 무려 약 2조6000억원 정도로 예상되고 있어 대형 건설사의 년 간 주택 수주 금액과 맞먹는다고 한다. 여기에 입지조건도 한강변에 소재하고 학군이나 교통 등 주거환경도 최고라는 점에서 무리한 수주전이 벌어진 것이다. 잠실벌 미성·크로바 아파트단지 재건축사업도 공사비가 총 4296억원이란다. 물론 이보다는 잠실역 역세권이라는 입지적인 장점이 더해져 잠실지역의 랜드마크 단지 건립이 가능하다는 점과 롯데월드타워, 롯데백화점, 롯데호텔 등에 이어 롯데의 텃밭에 랜드마크가 될 대표적인 주거 단지를 남에게 내어 주는 것은 자존심 문제가 있어서 무리한 수주전을 벌였는지도 모른다.
그래서인지 반포와 잠실지역 모두 시공사 선정과정에서 현금을 동원한 것은 조합원들에게 시공기술에 대한 자심감 보다 눈앞에 보이는 현금이 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던 것 같다. 반포지역만 해도 가구당 이사비 명목으로 7000만원씩 무상으로 주겠다고 한 총액은 무려 1600억원이나 된다. 물론 GS건설이 제시한 잠실지역의 재건축초과이익환수금은 얼마나 되는 지 계산해 보지 않았지만 총액으로는 역시 상당할 것이다. 그런데 현대건설 측에서는 이렇게 이사비로 지원하는 금액은 조합측과 이익을 공유하는 것이라고 한다. GS건설도 이사비와 공사비 감면, 초과이익환수금 등 3가지의 선택사항을 조합에 제시했었으며 이중 초과이익환수금 대납이 법에 저촉된다면 제외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법적인 문제를 따지기 이전에 수천만원을 무상으로 제공하면 그 비용은 건설사의 부담으로 돌아오고 결국 건설사는 건축비를 인상하거나 분양가격을 인상하게 된다는 것이다. 또한 조합원들에게 부담금으로 돌아온다.
이렇게 신축된 아파트는 가격이 인상되어 주변 주택가격에 영향을 미쳐 또 다시 가격상승이라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이다. 차라리 시공비를 낮춰서 공사를 수주하는 것이 더 좋을 텐데 왜 현금으로 주려는 것일까? 수주 전에서 자신 없는 행동이 아닌가 싶다. 같은 업계에서 자기 살 깎아 먹기 식의 과열양상을 언제까지 할 것이며 어디까지 갈 것인가? 결국 과열 수주전이 재건축 조합원은 물론 부동산 시장에 악영향을 미칠 것은 뻔하며 수주 전에 투입된 비용은 모두 조합원 부담금으로 되돌아와 분양가격을 상승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담당부서인 국토교통부도 이렇게 일부 재건축 단지에서 관측된 수주경쟁 과열을 방지하기 위해 시공사 선정기준을 개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기준이 개정되면 이주비 지원 등 건설사가 제시하는 각종 지원책에 대한 내용이 구체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제 건설사들도 국내에서 시공권을 따내기 위한 과열경쟁은 그만 두고 해외시장으로 눈을 돌려야한다.
얼마 전 김현미 국토부장관도 건설사들의 강남 초호화 재건축 아파트 사업에 쏟는 열정을 해외시장 개척에 썼으면 더 많은 국부를 창출하지 않았을까 싶다고 말 한 적이 있다. 올 상반기 해외건설 수주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약 11억 달러 증가한 163억 달러를 기록했다고 건설산업연구원의 2017년 상반기 해외건설 수주 동향 보고서에서 밝혀 매우 고무적이다. 그러나 그 속을 들여다보면 얘기는 달라진다. 해외수주가 늘어난 것은 최근 국제유가가 40달러 대를 보이고 있고 세계경제 회복이 늦어지는데 기인하는 것으로 분석됐기 때문이다. 지역별로도 중동에 치중되어 있으며, 공종별로도 플랜트 공사에 한정되어 있어 향후 원유공급과잉 현상이 나타나면 해외건설시장 전망은 어두워 질 것이다. 따라서 해외 시장은 순수 건설시장을 개척해야 한다. 물론 현대건설이나 GS건설이 해외시장에서 못하고 있다는 것은 아니다. 금년 1분기까지 현대건설의 수주잔고는 국내외 1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2위는 역시 GS건설이라고 한다. 현대건설의 수주 총액은 67조4400억원이며 GS건설도 수주 총액이 38조5530억원이라고 한다. 수주잔고는 건설사의 향후 매출을 가늠할 수 있는 지표로 미래 수익성을 의미한다. 이렇게 잘하고 있는 현대건설과 GS건설이 다른 건설사들보다 시장 질서를 바로잡기 위해서도 모범을 보여야하는 위치이며 입장인데 말이다.
이제 국내 건설시장은 정부의 고강도 부동산시장 규제 정책으로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이참에 건설사들은 국내 시장보다는 해외시장에 눈을 돌려 다른 나라와의 경쟁에서 이겨낼 방안을 찾아야 한다. 특히, 투명한 사회와 공정한 사회를 만드는데 앞장서야할 대형 건설사들이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서도 공정하지 못한 과당경쟁은 없어져야 한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건설업계는 100년 대계를 위해 건설시장이 어떻게 변해야 하는지 국가와 사회를 위해서 국민을 위해서 그 소임을 다하고 있는지 이번 기회에 깊이 생각해 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