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핵장비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북한 핵장비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 오승언기자
  • 승인 2008.09.04 1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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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국무부 “北 핵시설 복구 개시”…6자회담 난항 우려
미 정부는 북한이 이전에 보관하던 장비들을 움직이기 시작했다고 언급, 북핵 불능화 회복활동을 시작한 것을 시사했다.

숀 매코맥 미 국무부 대변인은 지난 3일 정례 브리핑을 통해 “내가 알기로 북한은 이전에 창고에 보관해뒀던 어느 정도의 장비들(some equipment)을 움직이기 시작한 것으로 이해한다”고 말하고 “더 이상의 자세한 내용은 알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매코맥 대변인의 이같은 언급은 이날 오전중까지도 북한이 핵불능화 회복작업을 하지 않은 것으로 판단을 하다 오후들면서 다시 추가된 정보를 포함해 언급한 것으로 북한의 행태에 대한 판단이 다소 바뀐 것으로 풀이된다.

매코맥 대변인은 “장비를 다시 움직인 것은 무엇을 뜻하냐”는 추가 질문에 대해 “솔직히 그 이상은 모든다”고 전제한 뒤 “나는 물리학자가 아니어서 자세한 내용은 알 수 없으며, 기술전문가들의 관점에서 평가는 하지 않겠다”며 북한의 행동 자체를 북핵 불능화 회복으로 언급하는 것을 자제했다.

그는 그러나 “이 점은 분명히 북한이 현재까지 진행돼왔던 선에서 진전을 하지 않고 있다는 것을 말해준다”고 북한의 북핵검증체계 수용 거부를 지적하고 “북한은 검증체계에 대한 작업을 끝내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날 확인된 크리스토퍼 힐 차관보의 중국 방문 계획과 관련해 “더 이해할 수 있고 이 과정에 파트너 국가들과 논의하기 위해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은 힐 차관보를 베이징에 파견, 논의를 지시했다”고 밝혔다.

힐 차관보의 방중에는 성 김 특사도 동행키로 했다고 매코맥 대변인은 밝히고, 힐 차관보와 김 특사는 이번 주말 워싱턴에 귀국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힐 차관보와 성 김 특사는 북핵문제와 관련해 6자회담 참가국으로 북한과 특별한 관계가 있는 중국측에 향후 6자회담 진행방향에 대해 논의할 것이라고 그는 덧붙였다.

매코맥 대변인은 이와함께 현재 북한에는 미 국무부와 국제원자력기구(IAEA)에서 파견된 인력들이 그대로 잔류하고 있으며, 이들은 특별한 제재를 받거나 영변핵시설 등에 접근이 차단되는 등의 조치는 취해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전했다.

한편 북한이 영변 핵시설 불능화를 중단하고 원상복구를 개시함에 따라 북핵 문제 해결에 난관이 돼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북한의 이같은 조치는 북한이 핵 프로그램 신고서를 제출하고 영변 5MW 원자로 냉각탑을 폭파하면서 불능화 의지를 강하게 보여줬던 지난 6월 말 이래 70여일만의 일이다.

북한의 의지는 6자회담 수석대표회의가 개최되는 성과로 이어졌고 회의에서는 검증 및 모니터링 체제 구축, 대북 경제·에너지 지원 등에 대해 합의를 이뤘으며, 특히 2003년 8월 6자회담이 시작된 이후 처음으로 6자 외교장관이 한 자리에 모이는 역사를 만들기도 했다.

이런 낙관적인 기류는 ‘검증 체제’ 구축을 놓고 북·미간 이견이 좁혀지지 않으면서 향후 진행이 불투명해 지기 시작했다.

미국은 북한에 ‘검증 의정서’를 건네고 협의를 진행했지만 합의를 이루기에는 난관이 많았다.

미국을 포함한 5개 참가국들은 핵 신고와 검증은 동전의 양면과 같다며 ‘검증 체제 구축’이 비핵화 2단계를 마무리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주장했다.

이에 반해 북한은 검증은 최종 단계에서 한반도 전체를 대상으로 해야할 작업이라며 검증을 이유로 미국이 북한을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삭제하는 조치를 늦춘 것은 ‘명백한 위반’이라고 반박했다.

이에 따라 북한은 지난달 26일 외무성 대변인 담화를 통해 ‘10.3합의에 따라 진행 중이던 핵 불능화 작업을 즉시 중단’하고 ‘영변 핵시설 원상 복구 조치를 고려하겠다’고 경고했다.

결국 북한은 지난 2일 북한 내에 있는 미국 및 국제원자력기구(IAEA) 실무급 요원에게 영변 핵시설을 원상복구하겠다고 구두 통보한 데 이어 3일 불능화 과정에서 제거했던 장비들을 현장으로 다시 이동하고 있다.

북한은 10.3합의에 따라 지난해 말까지 모든 핵 프로그램에 대해 ‘완전하고 정확한’ 신고를 하기로 정한 바 있지만, 농축우라늄프로그램(UEP) 및 북-시리아 핵 확산 의혹, 납치자 문제 등 여러 현안으로 마감시한을 넘겼지만 영변 핵시설을 대상으로 한 불능화 조치 11개 중 8개를 완료했다.

또 마무리 되지 않은 3개 조치 중 ▲사용후 연료봉은 8000개 중 3400개를 인출했고 ▲제어봉 부동장치 제거는 사용 연료봉 인출 조치 후 바로 이행할 계획이었으며 ▲미사용 연료봉은 다른 국가가 매입하거나 다시는 사용하지 못하게 조치하는 등 불능화를 이행할 계획이었다.

이번에 북한이 불능화 과정에서 제거했던 장비들이 무엇인지는 정확하게 파악되고 있지 않지만 영변 핵시설을 복구한다면 1년이면 재가동할 수 있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관측하고 있다.

아울러 북한과의 협상이 잘 이뤄지지 않을 경우 올 해 10월 말까지 완료하도록 노력하자던 대북 경제.에너지 지원도 불투명해질 수 있다.

외교부 고위 당국자는 그러나 “과민반응하는 것은 우리의 목표를 달성하는데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에 우선은 5자간에 공동 대응 방안을 모색하고 북한을 설득하는데 집중할 것”이라며 당장 경제.에너지 지원을 연기하는 방안에 대해서는 유보적인 입장을 보였다.

2003년 이래 5년여동안 크고 작은 고비들을 넘기며 진전을 이뤄온 6자회담이 이번 ‘위기’를 넘기고 ‘전화위복’할 수 있을 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