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G, 궐련형 전자담배 가격…‘키맨’ 되나?
KT&G, 궐련형 전자담배 가격…‘키맨’ 되나?
  • 김동준 기자
  • 승인 2017.10.24 1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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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점 업체들, KT&G 신제품 가격 ‘관심’
아이코스 (사진=신아일보DB)
아이코스 (사진=신아일보DB)

궐련형 전자담배의 세금 인상이 기정사실화 되면서 KT&G가 제품 가격 결정의 핵심 요인으로 떠오르고 있다.

국내 궐련형 전자담배 시장은 아이코스와 글로 등 한국필립모리스와 브리티시 아메리칸 타바코 코리아(BAT코리아)가 선점한 상황. 최근 궐련형 전자담배에 부과하는 세금이 일반 담배 수준으로 높아질 것으로 전망되면서 각 업체들의 고민이 짙어졌다.

여기에 또 다른 변수로 등장한 것이 KT&G가 내달 출시를 목표로 삼고 있는 궐련형 전자담배 ‘릴’이다.

◇개별소비세 인상…“가격 인상 요인”= 얼마 전 국회에서는 궐련형 전자담배의 세금을 일반담배의 90% 수준까지 올리는 개별소비세 개정안이 의결됐다.

당시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해외의 사례를 보면 세금과 가격의 연관성이 크지 않다”며 “과세가 가격에 미치는 영향은 그다지 크지 않을 것으로 추정한다”고 말했다.

개소세 개정안이 의결되면서 궐련형 전자담배에 부과되는 건강증진부담금과 담배소비세, 지방교육세 등 세목의 인상 가능성도 높아졌다. 증권가에서는 해당 세목에 대한 세금 인상이 소비자가격에 반영될 경우 담뱃값이 5500원에 이를 것이라는 분석도 내놨다.

박종대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궐련형 전자담배 한 갑에 붙는 세금은 현행 1739원에서 2980원으로 상승한다”며 “궐련형 전자담배의 가격에 세금 인상분을 소비자에게 전가할 경우 소비자가격은 5500원을 넘게 된다”고 설명했다.

각 업체에서도 세금 인상은 분명한 가격 인상 요인이라고 입을 모은다. 궐련형 전자담배의 개발에 들어간 R&D, 임상실험 등 투자비용까지 더하면 일반 담배보다 원가도 높은 상황에서 세금 인상은 가격에 영향을 끼칠 수 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필립모리스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그 부분(가격 인상)에 대해 확답을 하기는 어렵지만 논의가 필요한 부분”이라며 “일반 담배 대비 세율로 봤을 때 아이코스 출시 국가 중에서 한국이 가장 높은 세율을 적용받는 것”이라고 말했다.

BAT코리아 관계자도 “세금 인상에 따른 가격 인상에 대해 내부적으로 논의 될 예정이지만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것은 아니다”면서도 “세금 인상이 가격 인상 요인은 맞다”고 말했다.

그러나 쉽사리 가격 인상을 결정할 수 없다는 견해도 나온다. 출시 초기인 궐련형 전자담배가 이제 막 시장에서 파이를 늘려나가는 와중에 가격 인상이 결정되면 소비자들이 외면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2011년 일부 업체에서 담배가격을 2500원에서 2700원으로 올렸을 당시 해당 브랜드 담배의 판매량이 급감한 사례가 있다”며 “궐련형 전자담배 가격 인상에 대해서도 각 업체들이 신중한 자세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20일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 기획재정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김동연 경제부총리와 겸 기획재정부 장관(좌측)과 최영록 세제실장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20일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 기획재정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김동연 경제부총리와 겸 기획재정부 장관(좌측)과 최영록 세제실장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KT&G 參戰…각 업체들 가격 눈치보기?= 이같은 상황에서 KT&G는 내달 중으로 궐련형 전자담배 ‘릴’을 출시할 예정이다.

KT&G 관계자는 “현재까지 궐련형 전자담배 신제품과 관련해 정해진 것은 제품명과 11월 중 출시를 하겠다는 것 정도”라며 “아직까지 세부적으로 확정된 것은 없다”고 말했다.

KT&G의 궐련형 전자담배 출시가 사실상 확정되면서 필립모리스와 BAT코리아도 시장을 관망하는 모양새다. 세금 인상이 가격 정책에 영향을 끼치긴 하지만 경쟁업체인 KT&G가 어떻게 나오느냐도 지켜봐야 하기 때문이다.

궐련형 전자담배 시장이 커지는 상황에서 KT&G가 저렴한 가격을 경쟁력으로 내세운다면 다른 업체들도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결국 KT&G가 궐련형 전자담배 가격의 결정권을 쥔 셈.

만약 KT&G 측이 출시할 신제품의 가격이 일반 담배와 비슷한 수준으로 책정된다면 필립모리스와 BAT가 판매하고 있는 히츠와 네오스틱의 가격 인상 논의에도 빨간불이 들어올 가능성이 크다. 

KT&G 관계자는 “기존의 궐련 고객들이 넘어가는 시장이다 보니 회사도 이래저래 (가격과 관련해) 고민하는 부분이 많은 것 같다”며 “궐련형 전자담배와 관련해 가격을 고민하고는 있지만 예단하기는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더불어 타 국가에서의 궐련형 전자담배 판매가도 가격 정책의 쟁점으로 부각되고 있다. 해외 시장에서 궐련형 전자담배의 가격은 일반 담배와 비교해 0~10%의 가격 편차를 보이고 있다. 

일례로 일본의 경우 아이코스 1갑의 가격은 4715원으로 일반 담배(4510원) 대비 약간 비싼 수준이다. 스위스와 독일, 영국의 경우도 일반 담배보다 저렴한 가격대를 유지하고 있다.

김 부총리는 개소세 개정안이 의결될 당시 “과세의 정도에 따라 가격에 어느정도 영향을 미칠지 100% 말할 순 없지만 일본의 경우 80% 수준”이라며 궐련형 전자담배의 가격은 다국적 담배회사의 마케팅 전략이라고 언급했다.

[신아일보] 김동준 기자 blaams@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