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분명히 매력적인 투자처다. 하지만 정책 환경이 매력을 가려서 아쉽다.” 외국 기업인들을 상대로 우리나라 투자 여건이 어떤지 물어보면 나오는 공통적인 대답이다.
인적자원, 정보통신기술, 정부의 투자유치 의지는 아주 훌륭한데 그렇다고 과감하게 진출하기에는 뭔가 걸린다는 것이다. 실제로 해외 투자자들은 대개 우리나라가 아주 뛰어난 비즈니스 후보지라는 점을 인정한다. 고급인력이 세계 어느 곳보다 우수하고 각종 기반시설까지 잘 갖춰져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처럼 좋은 조건을 두고서도 투자를 망설이는 이유가 있으니 불안정한 노사관계가 대표적이다.
올해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IMD)이 발표한 국가 경쟁력 연감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63개 조사대상국 중 종합순위 29위로 지난해와 동일하다. 기업 효율성에서 괜찮은 평가를 받았으나 경제성과, 정부 효율성, 인프라와 관련해서는 점수를 크게 잃어 반등하지 못했다. 세부지표별로는 경영관행 취약성, 높은 생계비 부담과 교육 및 보건ㆍ환경 인프라 투자 분야 순위가 떨어졌고, 국정 혼란 여파로 정치 위험도와 사회통합 쪽도 마찬가지였다. 무엇보다 노동시장은 적대적인 노사관계에다 이를 해결할 능력마저 부족하다 하여 거의 최하위에 머물렀다. 이웃한 중국의 국가 경쟁력은 18위였고, 일본이 26위에 위치했다.
외국 기업인들이 투자 국가 결정과정에서 노사관계를 얼마나 중시하는지는 각종 조사결과를 통해 알 수 있다. 예를 들어 해외 IT, 전자, 물류업체 경영자와 정부 관계자들은 투자 결정요인으로 지정학적 위치, 교통 연계성, 시장 접근성, 공항 및 복합운송시설 기반을 꼽으면서 노사화합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전문가들은 외국인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우리나라가 서둘러 개선해야 할 과제로 노사문제를 맨 먼저 짚는다. 외국 기업을 대하는 정부의 자세 변화, 무역 및 운송 자유화, 전통적 사업관행 불식, 강력한 인센티브 도입, 엄격하고 공정한 방향의 법제도 정비, 선진 물류업체 활성화 및 육성 요구도 늘 있으나, 언제든 관심은 노사관계 안정성에 가장 많이 쏠린다.
물론 근래 들어 우리나라 투자환경이 상당히 나아진 게 사실이다. 그렇지만 경직된 노사관계와 규제 노선을 벗어나지 못한 정책기조는 해외 투자자들에게 여전히 부담을 준다는 소리를 듣는다. 그동안 규제 완화 차원에서 이것저것 법제도를 손질했음에도 불구하고 별로 나아진 게 없다는 얘기다. 그러다 보니 노사환경이 얼마나 달라졌는지를 묻는 질문에 상당수가 종전과 똑같다는 반응이고, 더러는 더 나빠졌다고도 한다.
여기에다 요즘 우리 경제의 장래에 대한 우려는 안팎으로 점증 추세다. 북핵 위기가 닥치면서 한반도에 불확실성이 고조되고 있다. 사드 배치를 둘러싼 한·중 간 정치경제적 갈등이 날카롭고 자유무역협정 논의를 시작하게 될 한·미 사이에는 긴장감이 흐른다.
또 우리가 방심한 사이에 눈 비비고 확인해야 할 만큼 성장한 중국 기업의 기술력이 위협적인가 하면, 아베노믹스를 앞세워 제조업 경쟁력을 확보한 일본의 공격이 매섭다. 어떤 경제 전문가는 이런 외부 악재와 내부구조의 문제점이 겹치면서 우리 경제가 자칫 돌이킬 수 없는 길로 가지 않을까 걱정한다.
세계 여러 나라의 사례는 고성장 저실업을 실현하려면 노사관계 안정과 기업 친화적인 여건 조성이 필수적이라는 점을 보여준다. 부디 우리 노사정이 안팎 상황을 정확히 인식해서 대한민국을 명실공히 해외 자본가들의 매력적인 투자처로 만들어주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