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통 없이 죽을 권리’ 즉 회복 가능성이 희박한 환자 스스로가 연명치료를 결정하는 ‘웰다잉법’이 시행된다.
무의미한 연명치료를 중단하고 최소한의 품위를 지키며 죽을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내년 2월부터 연명의료결정법, 일명 ‘웰다잉법’ 본격 시행을 앞두고 23일부터 시범 실시된다.
심폐소생술, 산소호흡기 등을 사용하지 않는 연명의료 중단을 적용 받는 환자는 회생 가능성이 없고, 치료해도 차도가 없거나, 급속도로 증상이 악화돼 임종 과정에 놓여 있는 환자 등으로 대상을 명확히 했다.
‘웰다잉법’은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상담·등록과 연명의료계획서 작성·이행 등 2개 과정으로 진행된다. 이번 시범사업 기간 작성된 의향서와 계획서는 내년 2월 시작되는 연명의료계획서 등록시스템에 정식 등재되고 법적으로 유효한 서류로 인정된다고 한다.
특히 회생 가능성을 따지는 존엄사와 안락사는 확연이 다르다. 존엄사가 임종을 앞둔 환자를 대상으로 하는 반면 안락사는 환자의 요청에 따라 약물투입 등으로 죽음을 앞당기는 것을 뜻한다.
요즘은 의료 기술이 발달하면서 죽음 직전까지 의료기기에 의존한 상태를 유지하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보니 환자가 병의 고통 속에서 죽음만 기다리면서 마무리하는 시간을 갖기가 어려웠다.
병원도 환자가 생을 마감하는 장소가 아니고 치료를 받고 회복하는 장소가 돼야 하는데 그렇치 못했고, 일부 병원은 장례식장 운영 등에 치중하는 모순적인 행태가 계속돼 온 것도 사실이다.
이번 ‘웰다잉법’은 이러한 환자들에게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고 아름답게 마무리하는 방법을 생각해보는 시간을 갖게 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말 그대로 존엄사를 인정한 것이다.
이런 장점들이 있는 반면 상속이나 치료비 부담 등 경제적 이유로 악용될 수 있다는 점도 간과해선 안된다. ‘웰다잉법’의 시초가 된 지난 1997년 ‘보라매 병원 사건’이 그 한 예이다. 인공호흡기에 의존하던 환자 가족들이 경제적 이유로 퇴원을 요구, 퇴원후 환자가 사망했고, 이때 법원은 가족과 의사에게 각각 살인죄와 살인방조죄로 유죄를 선고한 바 있다.
생명 다루는 문제이니 만큼 악용되는 일이 없도록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 정부차원에서도 모니터링을 통해 점검하고 미비점을 보완해야 할 것이다.
특히 내년 본격 시행을 앞두고 요양병원 등 호스피스 완화 의료기관의 확충과 질적 개선으로 환자가 편안하게 생을 마감하는데 안식처의 역할을 해야 한다.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추구하는 웰빙(Well-being)시대에서 인생의 마지막 삶을 잘 마무리하는 웰다잉(Well-dying)을 논하는 시대를 맞은 것이다. 한편으로는 죽음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라 할 수 있다.
우리는 흔히 유종의 미를 거두어야 한다고 하지만 아름답게 마무리하는 법은 생각해보지 않고 살아왔다.
삶을 잘 살아 가는 것 만큼 마무리도 중요하다. 이번‘웰다잉법’시범 시행으로 삶의 의미를 되새겨 보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