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운하’ 문제 또 다시 불 지피나
‘대운하’ 문제 또 다시 불 지피나
  • 박태건/부국장
  • 승인 2008.09.04 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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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던 한반도 대운하 문제가 또다시 되살아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주무부서인 정종환 국토해양부 장관이 연일 대운하 문제를 거론하고 나서 귀추가 주목 된다.

정 장관은 3일 열린 ‘한국 시장경제포럼 초청 강연'에서 “정치적으로 접근하는 것은 좋지 않으며 하천의 효율적인 이용 측면에서 진지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또 2일에는 국회 국토해양위원회에서는 "한반도 대운하 사업추진은 취소된 것이 아니라 요건이 조성되고 국민이 필요하다고 할 때 다시 할 수도 있다"고 사족을 달아 말했다.

이번에도 꼼수가 숨어 있었다.

대운하를 직접 언급할 경우 맞게 될 역풍을 우려해, 경인운하 재추진을 디딤돌로 삼았다.

경인운하는 이른바 한반도 대운하의 관문에 해당한다.

국토해양부는 내년 초 민자 사업자 모집을 한다고 했고, 이에 맞춰 정 장관이 대운하 추진 희망을 밝혔으니, 한반도 대운하 군불 지피기란 의구심이 들지 않을 수가 없다.

정 장관 발언에 국토부는 치수차원에서 언급한 것이지 대운하를 재추진하겠다는 것은 아니라고 해명했지만 주식시장에서는 관련 회사의 주가가 상한가를 치는 등 급등세를 보었다.

이와함께 한나라당 친이계 초선 의원들이 ‘이명박 정책 복원’을 위한 모임을 만들었다.

강승규·조해진 등 친이계 의원 10여명은 지난 1일 국회도서관에서 첫 모임을 갖고 향후 활동 방향을 논의했다.

한 참석자는 “이명박 정부의 성공을 바라는 정책 마인드가 있는 초선 의원들이 모여 현안에 대한 입장과 입법 활동 방향을 논의하자는 취지”라고 말하며 “모든 정책에 대해 열린 자세로 검토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는 또 “운하에 대한 지금의 여론은 오해에서 비롯된 게 많다며 ‘한다, 안한다’를 떠나 다시 정확히 알리는 작업을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사실상 폐기된 것으로 여겨져온 대운하에 대해 공론화를 해나겠다는 얘기다.

대선 후 이 대통령에 대한 보좌 대신 국회로 진출하며 ‘자기 살 길’을 택한 데 따른 부담감이 이번 모임의 배경이 된 것으로 보인다.

물론 현 정권의 성공 여부가 친이계로 분류되어 있는 자신들의 정치적 운명을 결정할 것이란 절박함도 원인으로 볼 수 있다.

한편 이 대통령의 최측근이자 ‘대운하 전도사’로 불리는 이재오 전 의원도 지난 2일 워싱턴 특파원들과 가진 간담회에서 “파나마에 가보니 운하가 관광산업과 연결돼 많은 일자리를 창출하고 수입을 올리는 등 경제를 지탱하고 있었다”며 우연치 않게 정 장관의 발언과 맞물려 운하의 경제성을 강조 했다.

이런 일련의 잇단 발언들을 보면 대운하 문제가 다시 부상하고 있는 느낌이다.

하지만 여권에서는 “재추진 하자”며 팔을 걷어붙이는 기세는 아니다.

“지금 대운하를 다시 꺼내다가는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게 대다수 의견이기 때문이다.

다만 툭 던져 놓고 여론을 떠 보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대운하 사업은 지난 6월 19일 이 대통령의 특별담화 이후 현 정권에선 사실상 백지화된 것으로 국민 대다수는 인식하고 있다.

이미 수많은 여론조사에서도 국민 80% 가까이가 반대하는 것으로 판명난 사업이다.

국민들은 “국민이 반대하면 추진하지 않겠다”는 언급을 ‘포기’으로 받아들였지만, 이 대통령의 핵심인사들은 ‘잠시 중단’으로 해석하고 있기 때문에 여건이 무르익으면 대운하는 언제든지 공론화 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지금 국내 사정은 어떤가. 이보다 더 산적한 문제들이 많은데 다 지나간 대운하 문제를 다시 거론 하려는 의도가 의심스럽다.

대다수의 국민들은 지금의 경제 난국은 정부의 신뢰 상실에서 비롯됐다고 보고 있다.

민생경제 살리기에 매진해야 함에도 쟁점화 될 수 있는 문제를 제기해 무엇을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지 또다시 정부의 신뢰에 흠이 갈 문제는 만들지 말아야 한다.

국민을 바보로 여기지 않고서는 할 수 없는 일이다.

이런 논쟁거리를 재론하므로해서 나라 살림과 국민 신뢰를 동시에 잃는 길로 갈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