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 '1호 당원' 박근혜 사실상 출당
한국당 '1호 당원' 박근혜 사실상 출당
  • 전호정 기자
  • 승인 2017.10.21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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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청원·최경환도 '탈당 권유' 징계
거부땐 10일후 최고위 열어 제명
홍준표 "개가 짖어도 기차는 간다"
야권 '통합' 급물살 속 친박계 반발
박근혜 전 대통령이 구속 연장 후 첫 공판을 마친 16일 오전 서울중앙지법을 나서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박근혜 전 대통령이 구속 연장 후 첫 공판을 마친 16일 오전 서울중앙지법을 나서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자유한국당 윤리위원회는 지난 20일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해 사실상 강제출당 조치를 취했다.

박 전 대통령은 2012년 당시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아 새누리당(한국당 전신)을 새롭게 출범시키면서 '1호 당원'으로 불렸으나 국정농단 사태를 거치며 자진 탈당을 권유받는 불명예를 안게 됐다.

한국당 중앙윤리위원회는 이날 전체회의를 열고 "보수 진영의 결집을 위해 불가피하다"며 박 전 대통령과 친박(친박근혜) 핵심인 서청원 최경환 의원에 대해 '탈당 권유' 징계를 의결했다.

5년 단임 대통령 직선제가 시행된 이후 노태우 전 대통령을 시작으로 박 전 대통령에 이르기까지 6명의 대통령이 소속 정당을 떠났다. 하지만 당이 정식 징계 절차를 밟아 전직 대통령에 대해 출당 조치를 내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날 탈당 권유는 제명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수위의 징계로, 통상 현역 의원이 아닌 당원은 탈당 권유를 받은 뒤 이를 거부할 경우 열흘 뒤 자동 제명된다. 

하지만 박 전 대통령에 대해선 전직 대통령에 대한 예우 차원에서 열흘 뒤인 10월 30일경 최고위원회의를 열어 제명 여부를 최종 확정하기로 했다.  

특히 윤리위는 현역 의원인데도 불구하고 친박계 핵심인 서청원·최경환 의원에 대해서도 자진 탈당을 권유하는 '초강수'를 뒀다.

홍준표 한국당 대표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모두가 참아내야 혁신이 된다"며 "혁신이란 가죽을 벗기는 일이다. 고통 없는 혁신은 없다"고 밝혔다.

그는 "1993년 김영삼(YS) 전 대통령이 개혁할 때 개혁에 저항하는 수구 세력들을 향해 '개가 짖어도 기차는 간다'고 일갈했다"면서 "이 말은 2012년 대선 때 문재인 후보도 인용했고, 제가 경남지사로 경남을 혁신할 때 인용한 일이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언급은 혁신을 위해서는 친박(친박근혜)계가 박 전 대통령과 서청원·최경환 의원에 대한 '탈당 권유' 등 인적청산 작업을 감내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홍 대표는 이어 "지금 한국당은 구체제와 단절하는 혁신 작업을 하고 있다"며 "구체제에 안주하는 것은 대세를 거스르고 반혁신의 길로 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망하는 길로 가고자 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혁신에 반기를 들어서는 안 된다"며 "정치인의 말은 천금과도 같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고 밝혔다.

박 전 대통령은 당에서 출당 작업이 본격화된 8월 이후 기류를 감안할 때 자진 탈당할 가능성이 높지 않다. 

정주택 윤리위원장은 의결 직후 "당에서 서울구치소로 (자진 탈당 의사를 묻는) 서한을 발송한 것으로 전해 들었지만 박 전 대통령에게 전달됐는지는 불확실하다"고 말했다. 

그런 만큼 박 전 대통령은 사실상 출당되는 수순을 밟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현역 의원인 서, 최 의원을 제명하려면 의원총회에서 소속 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 한다. 이 때문에 두 의원의 제명은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이르면 이달 말 출당 조치가 완료되면 박 전 대통령은 1998년 정계 입문 이전의 '나 홀로 박근혜'로 돌아가게 된다. 

한편 한국당의 박 전 대통령 출당 조치 착수로 바른정당과의 통합 노력 및 보수재편 작업에는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바른정당 통합파 의원은 이번 결정에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보수대통합 추진위원회 대변인을 맡고 있는 바른정당 황영철 의원은 "오늘의 이 결정을 내리기까지 많은 어려움이 있었겠지만 보수대통합을 위한 새로운 발걸음에 힘이 되는 큰 결단이라고 본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제 과거에 대한 반성을 통해 보수의 절망을 극복하고 보수대통합을 이뤄나가라는 소중한 요구로 무겁게 받아들이고 이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한국당 내 친박계의 반발은 예상보다 강경한 상황이다. 이번 결정을 수용할 수 없다며 결사항전을 예고하고 나선 것이다.

친박계 의원들이 이번 결정에 조직적으로 반발하고 나선다면 한국당은 또다시 해묵은 계파 갈등의 소용돌이에 휘말릴 수 있다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