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긴장·공방·헛웃음 '국토위 국정감사'
[기자수첩] 긴장·공방·헛웃음 '국토위 국정감사'
  • 천동환 기자
  • 승인 2017.10.18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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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 출범 후 첫 국정감사가 한창이다. 국토교통부와 그 산하기관들을 피감기관으로 하는 국토교통위원회 국감 역시 열기가 뜨겁다.

올해 국감의 가장 큰 특징은 지난 정부와 현 정부의 정책을 동시에 평가하고 검증한다는 데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탄핵되면서 문 대통령이 정상적인 경우 보다 이른 시점에 정권을 잡았기 때문이다.

이 같은 특이성으로 이번 국감은 '야당 공세, 여당 방어'의 규칙이 성립되지 않는다. 여야 할 것 없이 공격과 방어 전략을 모두 구사하고 있다.

이런 점을 이용해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지난 16일 열린 국감에서 '문재인 정부 무능심판'이란 문구를 노트북 컴퓨터에 붙였다. 이번 국감의 초점을 지난 정부보다 현 정부에 맞추려는 의도가 엿보였다.

이날 국토위 국감에서도 이 문구 탓에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 의원들간 다소간 시비가 발생했다. 다행히 조정식 위원장과 각당 간사들의 원만한 협의로 국감 자체는 무리없이 진행됐다. 국토위 위원들은 여야 할 것 없이 그나마 상호소통이 잘 되는 편이라는 것을 느끼게 되는 순간이었다.

국토위 국감 첫 날 주인공이었던 김현미 국토부 장관은 국회의원으로서 날카로운 질문을 던지던 입장에서 질문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 조금은 낯설어 보였다. 오전에는 특유의 카리스마로 담담히, 그리고 충실히 답변을 이어가던 김 장관은 오후 국감이 시작되자 "네 맞습니다. 그렇게 하겠습니다"라는 식의 짧은 대답으로 의원들의 질문을 받아 넘겼다. 얼굴에는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다.

이날 또 한 명의 주인공은 국민의당 정동영 의원이었다. 그는 김 장관을 상대로 후분양제 카드를 꺼내들었다. 주택시장 안정의 근본 대책인 후분양제를 바로 도입해야 한다는 직접적이고 단호한 주장이었다. 이에 김 장관은 "LH부터 우선 도입을 검토하겠다"고 말했고, 이 대답이 해묵은 논란거리였던 후분양제에 대한 정부의 긍정적 신호로 받아들여지면서 관련 기사가 쏟아져 나왔다. 다음날 국토위 위원들은 정 의원에게 "국감 스타가 되셨다"는 인사를 건네기도 했다.

이 같은 분위기는 다음날 열린 LH 대상 국감까지 이어졌지만 정작 박상우 LH 사장은 "국토부와 공식적으로 후분양제를 논의한 적은 없다"며 선을 그었다. 김 장관이 조금은 멋쩍었을 수도 있었겠다.

질의에 앞서 의원들이 본인 이름을 말할 때는 헛 웃음이 나오기도 했다. 지역주민들에게 존재감을 드러내기 위해서인지 해당 지역구 명은 물론 온갖 특산물까지 본인 이름 앞에 붙이기도 했다. 이 분야에선 대추의 고장 보은과 절임배추의 고장 괴산군의 자유한국당 박덕흠 의원이 단연 독보적이었다.

언제나 그렇듯 숱한 이슈와 헤프닝을 생산하는 국정감사. 올해는 국민을 위한 의미있는 결과물들을 쏟아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