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은행 전업주의·포지티브 규제도 지적…수익성 저하 원인
하영구 은행연합회장이 미국 투자자들이 우리가 느끼는 것보다 북한 문제를 좀 더 심각하게 여기고 있다고 밝혔다. 초대형 투자은행(IB)에 여수신 기능을 부여하는 것에 대해서는 외환위기의 단초가 된 단자회사와 유사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WB) 연차총회 참석 차 미국 워싱턴 DC를 방문한 하 회장은 13일(현지시간) “현지 투자자들과 이야기를 나눠 본 결과 투자를 회수할 정도는 아니지만 우리가 느끼는 것보다는 좀 더 심각하게 느끼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해외 투자자들은 중국을 레버리지(지렛대) 삼는 것을 평화적 해법으로 생각하고 있다”며 “중국을 통해 원유 공급을 차단하고 북한을 협상 테이블로 끌고 나와야 한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 회장은 초대형 투자은행(IB) 육성을 위해 신용공여 한도를 자본의 100%에서 200%로 확대하는 신용공여 기능 확대 법안과 관련해서는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는 “대형 증권사에 여·수신 기능을 허용해 줌으로써 사자가 소처럼 여물을 먹으라는 격”이라며 “국회에서 논의 때 왜 이것을 하려고 하는지 생각해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는 외환위기의 단초를 제공했던 단자회사와 유사한 것”이라며 “신생 혁신기업에 모험자본을 제공한다는 건 여신과 다르다”고 덧붙였다.
카카오뱅크 등 인터넷은행 열풍에 대해서도 날카롭게 비판했다. 하 회장은 “카카오 플랫폼을 안 쓰는 사람이 없으니 계좌 수가 늘어나는 것은 예견된 일”이라며 “인터넷 전문은행이 성공하려면 기존 시중은행이 하는 자본 비효율적인 업무만 해서는 승산이 없다”고 꼬집었다.
그는 또 “조선·해운업 구조조정이 일단락돼 대손비용이 감소하는 등의 효과로 작년 역대 최저 수준이었던 은행 산업의 수익성은 올해 다소 개선되는 모습”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조금 긴 호흡으로 보면 실질적으로 은행 산업의 수익성이 나아졌다고 볼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글로벌 투자자 시각에서 보면 국내 은행 수익성은 여전히 낮은 상태”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하 회장은 국내 은행의 수익성 저하의 원인으로 ‘전업주의’와 ‘포지티브 규제’를 꼽았다.
그는 “은행·증권·보험 등으로 나뉘어 정해진 사업만 할 수 있도록 칸막이를 친 전업주의 체계에서는 소비자의 니즈(필요)에 맞는 다양하고 복합적인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한계가 있다”며 “할 수 있는 업무만 규정한 포지티브 규제에서는 신규업무 개척이나 신상품 개발에 금융회사가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이에 국내와는 반대로 겸업주의와 네거티브 규제에 따라 대형화·효율화를 달성하고 소비자에게 혁신 서비스를 제공하는 글로벌 금융회사를 따라가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한편, 금융산업사용자협의회 회장을 맡고 있기도 한 하 회장은 귀국 후 열릴 예정인 노사 대표단 회의의 목표는 산별교섭 복원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하 회장은 “청년실업률이 두 자리 숫자에 육박하는 상황에서 임금 체계 유연성을 높여야 한다”며 “노조는 노조대로 사용자는 사용자대로 막힌 부분을 논의하며 이견을 해소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아일보] 김성욱 기자 dd921208@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