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바람이 살랑이면서 대한민국 전역이 축제에 물들었다. 최장 열흘간 황금연휴로 이어진 추석 무렵부터 시작된 가을 축제는 10월 한 달간 전국 곳곳에서 이어진다.
하늘도 높고 바람도 상쾌한 요즘이 축제를 즐기기에는 안성맞춤 시즌인 것임은 분명하다.
하지만 우후죽순 쏟아지는 축제에 대해 한번쯤 고민이 필요한 시기이기도 하다.
지역을 대표하는 문화제나 특산물과 관련된 축제가 열리는 것에 대해서는 누구나 찬성할 것이다. 그러나 무작정 관광객을 모으기 위한 축제는 지양해야 한다. 축제랍시고 포스터나 현수막, TV광고 등을 통해 홍보해두고 막상 현장에 가보면 준비도 제대로 안돼서 수많은 발걸음을 실망시키는 경우가 허다하다.
수도권 인근에서 지난 주말 열린 한 꽃 축제장도 상황을 비슷했다. 많은 인파가 몰리면서 축제장 부근이 삽시간에 교통지옥으로 변했다.
축제장에 배치된 스태프들이 뒤늦게 통제하고 나섰지만 이미 난장판이 돼 버린 뒤라 그들의 수습이 큰 의미는 없어 보였다.
축제장에 다다른 뒤 주최 측에서 준비한 주차장까지 2km를 이동하는데 걸린 시간은 무려 55분이다.
사실 축제의 메인 테마로 꼽힌 꽃이 이 지역과 어떤 연관관계가 있는지, 원래 이 지역에서 많이 자생하는 꽃인지 들어본 적도 없다.
그저 가까운 곳으로 주말 나들이를 가려고 한 목적과 맞았기에 방문한 것뿐이었는데 이미 입구부터 진이 빠진 것이다.
여차저차 주차를 마치고 축제장 안으로 들어간 관광객들은 입구부터 탄식을 쏟아냈다. 꽃 축제라더니, 푸드트럭만 30여대 줄지어 있고 꽃은 곳곳에 준비해둔 화분이 전부다. 물론 축제장 안쪽 구석에 꽃밭이 있긴 했지만 축제장 입구부터 실패의 향기가 짙게 느껴졌다. 이것이 지자체의 이름을 걸고 할 만한 축제인지 의심스러움을 떨칠 수가 없다. 주변 지자체들이 축제를 준비하니 가만히 있을 수는 없어 뭐라도 해야겠다는 심산으로 준비한 모양이다.
사실 지자체들이 축제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것은 꽤나 많은 것이다. 일단 관광객이 몰리면서 골목상권이 되살아나는 효과도 얻을 수 있을 것이고, 지자체 홍보효과도 클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렇게 준비되지 않은 행사를 축제랍시고 무작정 개최한다면 장기적으로 볼 때 분명히 손해가 될 수밖에 없다.
적어도 몇 개월 이상은 고민하고 노력한 끝에 지역대표축제라는 ‘타이틀’로 탄생하길 바란다. 그것이 황금 같은 시간을 내서 방문한 관광객들에 대한 예의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