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살 난 반려견을 기르고 있는 직장인 김모씨(27)는 요즘 걱정이 깊다. 반려견이 내원할 때 마다 초음파, 피검사, 제조약값 등의 비용만 수십만 원이었는데 최근 신부전증 진단을 받으면서 비용부담이 더 늘어날 것이기 때문이다.
반려동물의 치료비가 부담돼 치료를 포기하는 반려인도 있다.
경기도에 사는 박모씨(27)는 2년 전 아픈 반려견의 병원비를 마련할 여력이 안돼서 손을 쓰지 못하고 하늘나라로 보냈다고 한다. 이후 박모 씨는 반려동물을 키우지 않고 있다.
한발 더 나아가면 치료비 부담으로 반려동물을 버리는 이들도 있다.
농림축산검역본부 자료에 따르면 2016년 5월 기준 유기동물은 82만 마리로 추산된다. 이들을 돌보기 위한 사회적 비용도 연간 128억8000만원 이상으로 집계되고 있다.
이처럼 반려동물에 대한 의료비 부담이 ‘유기’로 이어질 확률이 높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동물의료 표준수가제’가 없기 때문에 동물병원마다 진료비 차이가 난다. 반려동물이 동물병원에 갈 때마다 수십만원이 필요하다는 건 어제오늘 이야기가 아니다. 이처럼 애완동물 소유자의 경제적 부담이 커지게 되면 결국 ‘유기’로 이어질 확률이 높아진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병원비용 부담을 분산시키기 위해 펫보험에 가입하려 해도 쉽지 않다.
보험사들은 반려동물보험요율 산출에 필요한 진료항목별 진료통계와 반려동물 수 등을 확보할 수 없어 운용에 어려움이 따른다고 호소한다.
이렇다 보니 2007년부터 반려동물 보험 상품을 내놓았던 국내 보험사들 중 현재 반려동물 보험 상품을 판매하는 곳은 삼성화재, 롯데손해보험, 현대해상 세 곳뿐이다.
가입률도 저조하다. 지난달 보험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반려동물 보험 가입률은 0.1%로, 펫보험 가입률 10~20%에 달하는 영국 독일 미국 등 선진국에 비하면 100분의 1 수준이다.
반려동물을 가족처럼 생각하는 ‘펫팸족’ 1000만 시대다. 1~2인 가구, 노령가구가 증가하고 있는 추세임을 고려했을 때 펫팸족은 앞으로도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관련 시장도 더욱 번창할 전망이다. 산업연구원의 ‘2017 국내 펫코노미 시장의 현황과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펫시장의 규모는 2020년 기준 최대 5조8000억 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산업의 성장을 뒷받침해야 할 동물의료체제는 여전히 미비한 상태다.
인간과 동물이 함께 행복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그리고 관련 산업의 성장을 위해, ‘동물의료 표준수가제’를 조속히 도입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