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동향] 입찰자격 사전심사, 정권따라 '오락가락'
[건설동향] 입찰자격 사전심사, 정권따라 '오락가락'
  • 천동환 기자
  • 승인 2017.10.14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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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 목표 달성 수단 활용으로 본래 취지 무색
일자리 지표화 움직임에 '기술력 무시될까' 우려

(자료사진=신아일보DB)

(자료사진=신아일보DB)

공공공사 입찰 참여시 활용되는 '입찰참가자격 사전심사제'의 평가 기준이 정권에 따라 자주 변경되면서 '우수 기술력 보유 업체 선정'이란 제도 취지가 무색해지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특히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정책 목표인 일자리 창출 등과 관련된 내용을 평가 지표화 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면서 업체 선정시 기술력의 중요도가 낮아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4일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이하 건산연) 전영준 부연구위원은 건산연 건설동향브리핑 제629호에 게재한 '잦은 PQ 평가지표 변경의 문제점' 보고서를 통해 PQ(입찰참가자격 사전심사제)가 정책 목표 달성의 수단으로 활용되면서 산업 경쟁력을 약화시킬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PQ(Pre-Qualification)는 공공공사 입찰 참여시 당해 공사를 적절히 수행할 수 있다고 인정되는 적격업체에만 입찰 참가 자격을 부여하는 제도로 지난 1994년 도입됐다.

우리나라의 PQ 제도는 단순히 입찰참가자격을 얻는 데 그치지 않고, 최종 낙찰자 선정까지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대상 사업이 PQ 대상인 경우 PQ 심사 점수를 낙찰자 선정에 직접 반영하고 있으며, 비대상 공사라도 대부분의 공공공사 입·낙찰제도에 적용되는 적격심사 공사와 종합심사낙찰제 공사 모두 낙찰자 선정 기준에 PQ 삼시 항목을 준용하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정부는 최근 신인도 관련 PQ 세부평가지표를 신설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일자리 창출 등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화하기 위해 공공공사 발주과정에서 평가지표로 활용한다는 것이다.

실제 조달청의 경우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고용 비중에 따른 가·감점과 최저임금제 미준수시 감점, 상습·고액 체불 사업주 감점 등을 추진 중이다. 또, 여성고용 비율 및 일·가정 양립 지원실적에 대한 가·감점 반영도 검토 중이다.

국토교통부는 이미 건설재해에 대한 가·감점 규정이 존재함에도, 기존 부실시공에 대한 벌점 규정을 개정해 중대재해 발생시에도 부실 벌점을 부과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문제는 이런 식의 정책 목표 달성을 위한 신인도 평가지표 신설 및 변경은 우수한 기술력을 가진 업체를 선정하려는 PQ제도 도입 취지에 어긋날 수 있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공사수행능력이 뛰어난 업체가 오히려 수주 가능권에서 배제되는 등 입찰제도가 비정상적으로 변질돼 시공품질이 낮아지고, 안전사고 발생 우려가 높아지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전영준 부연구위원은 "지난 1999~2000년에 PQ 제도의 도입 취지대로 우수시공업자 선정을 위해 신인도 평가 비중을 대폭 감축했었다"며 "개별 정책의 목표 달성 수단으로 다시 신인도 평가항목과 점수가 증가하는 것은 매우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보고서는 이 같은 문제 발생을 방지하고 제도 도입취지 훼손을 최소화하기 위해 신인도 평가 관련 정책 가이드라인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정부의 정책목표 달성을 위한 방법으로 더 이상 PQ 평가항목의 변경을 활용하지 말고, 다른 정책적 대안을 통해 이를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변별력이 확보될 수 있도록 PQ 평가지표를 재검토해 우수시공업자를 선정할 수 있는 제도로 만들어 나가야 한다고 보고서는 강조했다.

전 부연구위원은 "PQ 평가지표는 그 특성상 이해관계자들로 인해 매몰비용이 발생할 수 밖에 없어 변경·삭제가 쉽지 않다는 점을 고려해 시장의 혼선이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며 "무분별한 평가지표 변경이 발생하지 않게 신인도 평가지표 신설 관련 가이드라인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우리나라에서 PQ 제도는 도입 이후 현재까지 거의 매년 제도 개선의 명목으로 잦은 변경이 이뤄지고 있는 실정이다.

자료 확인이 가능한 1995년 이후 기획재정부 예규의 PQ 평가기준은 37차례나 변경됐으며, 조달청 등 개별 발주기관의 PQ 세부평가기준 개정까지 고려할 경우 그 횟수는 더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