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금니 아빠' 살인 도운 이영학 딸 "아빠 없으면 죽어"
'어금니 아빠' 살인 도운 이영학 딸 "아빠 없으면 죽어"
  • 박선하 기자
  • 승인 2017.10.13 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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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상 범행 적극 가담… "강한 심리적 종속 관계" 진단
고민·상담 아버지가 유일한 통로… 시키지 않은 행동도
중학생 살해·시신유기 사건의 공범인 '어금니아빠' 이모씨 딸이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12일 오전 도봉구 서울북부지법으로 들어서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중학생 살해·시신유기 사건의 공범인 '어금니아빠' 이모씨 딸이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12일 오전 도봉구 서울북부지법으로 들어서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여중생 살해사건'의 피의자인 '어금니 아빠' 이영학의 딸은 이모양은 사실상 아버지의 범행에 적극적으로 가담했다.

사체 유기 혐의를 받고 있는 이양은 초등학교 동창인 A양 살해에는 직접 가담하지 않았으나 아버지가 시신을 가방에 실어 차로 옮기는 것을 거들었고 강원도 영원의 한 야산인 유기 현장에도 동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한 아버지의 지시로 A양에게 수면제를 건넸으며, A양이 수면제에 취해 집에서 잠들어 있는 중에 외출했다가 돌아와서는 친구를 찾지 않은 것으로 경찰의 조사결과 드러났다.

이에 그동안 이양이 왜 아버지의 범행에 순순히 가담했는지 등을 놓고 여러 추측이 제기돼왔다. 일반적 상식으로는 이해되지 않는 이들 부녀의 행동을 해석하기 위해 경찰은 프로파일링(범죄심리분석)도 진행했다.

이양을 면담한 경찰 프로파일러(범죄심리분석관)는 이양이 아버지에 대해 (정상적) 가치판단을 전혀 할 수 없는 상태로 심리적으로 강하게 종속됐다고 진단했다.

한상아 서울지방경찰청 과학수사대 프로파일러(경장)는 13일 서울 중랑경찰서에서 열린 수사결과 브리핑에서  "(이양은) 아버지가 없으면 본인이 죽는다고 생각한다"며 "이영학의 범행에 대해서는 가치 판단을 거부하는 상태"라고 말했다.

한 경장은 "딸은 제대로 된 가치 판단을 하기 훨씬 전부터 물려받은 유전병에 대해 고민·상담하거나 정보를 획득하는 통로가 오직 아버지뿐이었다"고 설명했다.

경찰에 따르면 딸은 '엄마 역할'이 필요하다는 말에 친구를 데려오고, 수면제가 든 음료를 먹이는 일련의 행동에서도 '아빠랑 약속한 계획이 틀어질까 봐' 걱정하며 아버지가 시키지 않은 행동도 했다고 한다.

한 경장은 "아버지에 대해 도덕적 비난을 하는 걸 못 견뎌 한다"면서 "조금이라도 도덕적 비난이 가해지면 '우리 아버지 그런 사람 아니다' 라고 할 만큼 강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친구의 죽음에 대해 "놀라고 많이 당황했다고 표현은 한다"면서도 "이번 일이 커졌고 비난을 받고 있다는 사실은 알고 있지만 가치 판단을 내리지 않은 채 어쩔 수 없이 한 일로 생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신아일보] 박선하 기자 sunha@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