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군 물리친 이순신 수군 돌탄환, 명량해협서 발굴
왜군 물리친 이순신 수군 돌탄환, 명량해협서 발굴
  • 전호정 기자
  • 승인 2017.10.12 17:1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 전쟁유물·고려청자 등 120여점 공개
문화재청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가 명량해협에서 수중 발굴한 돌탄환.(사진=연합뉴스)
문화재청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가 명량해협에서 수중 발굴한 돌탄환.(사진=연합뉴스)

전남 진도와 해남 사이에 있으며 '울둘목'이라고도 불리는 명량해협에서 정유재란 당시 전쟁유물과 고려청자, 토기 등이 다수 발견됐다.

특히 당시 철이 없어 돌로 만든 탄환 등은 왜군에 맞섰던 조선수군의 절박한 사정을 보여주고 있어 눈길을 끈다.

문화재청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는 12일 명량해협 현장 탐사선 누리안호 선상에서 명량해협 수중에서 발굴된 문화재를 공개했다.

연구소는 지난 5월부터 수중발굴조사를 시작해 전쟁유물과 도자기등 120여점을 새롭게 찾아냈다.

이로써 지난 2012년부터 올해까지 명량해협에서 5차례에 걸쳐 끌어올린 발굴 유물 수는 모두 910여점으로 늘었다.

문화재청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가 명량해협에서 수중 발굴한 도자기류.(사진=문화재청)
문화재청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가 명량해협에서 수중 발굴한 도자기류.(사진=문화재청)

발굴된 유물들 가운데 가장 많은 것은 아름다운 비취색 표면에 화려한 장식 문양이 들어간 고려청자류로 주로 12~13세기 빚은 것들로 확인됐다.

청자 말고도 후대 조선시대의 토기, 도기, 백자 등도 나와 명량해협이 옛 교역선들의 주요 항로였다는 점을 알 수 있다고 연구소 측은 설명했다.

닻이 물속에 잘 가라앉도록 하는 닻돌은 10여점 발굴됐고, 선원들의 생활상을 알려주는 유물인 금속 숟가락도 찾아냈다.

특히 이번 발굴조사에서는 돌로 만든 탄환인 조선시대 조란탄(鳥卵彈)이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발견됐다.

철재 조란탄이나 이보다 크기가 훨씬 큰 '돌포탄(석환·石丸)'은 기존 조사에서도 발굴했지만, 돌탄환 발견은 이번이 국내 최초다.

조란탄은 조선수군이 화약 20냥을 잰 지자총통으로 300발가량을 한꺼번에 쐈던 둥근 공 모양 탄환으로, 새알처럼 생겨서 조란탄으로 불렸는데 원재료는 돌이 아니라 철이다. 

연구소는 발굴된 돌탄환에 대해 "철탄을 만들 여력조차 없었던 조선수군의 당시 심정과 상황을 입증하는 사료"라고 평가했다.

실제로 명량해전 직전 소규모 전투가 벌어졌으며 이순신 장군도 난중일기에서 '무수히 많은 조란탄을 쐈다'고 기록했다.

명량해협은 예로부터 전라·경상지역에서 거두어들인 세곡과 화물을 실어 나르던 배들이 수시로 드나들던 해상 고속도로였으나 물살이 세고 조류 변화가 커 배들이 자주 난파되던 곳이었다. 

이번 조사 지점은 정유재란 시기 이순신 장군이 12척 배로 왜병 함대 133척을 물리친 울돌목에서 남동쪽으로 약 4㎞ 떨어진 곳이다. 

수중초음파카메라로 촬영한 영상. 왼쪽 사진에는 도자기, 오른쪽 사진에는 철제 솥이 보인다.(사진=문화재청)
수중초음파카메라로 촬영한 영상. 왼쪽 사진에는 도자기, 오른쪽 사진에는 철제 솥이 보인다.(사진=문화재청)

연구소는 이번 조사에 최첨단 탐사 장비인 수중초음파카메라와 스캐닝소나를 도입해 유물 매장처로 추정되는 곳에서 다수의 유물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김병근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 학예연구관은 "명량해협 발굴을 내달 2일까지 한 뒤 조사 보고서 작성에 들어갈 것"이라며 "내년에는 장소를 바꿔 전남 영광 앞바다에서 수중발굴조사를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