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2심 쟁점으로 떠오른 '안종범 수첩'
이재용 2심 쟁점으로 떠오른 '안종범 수첩'
  • 전호정 기자
  • 승인 2017.10.12 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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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수첩 전문진술… 朴이 내용 확인해야"
특검 "객관적 증거와 결합한 간접 증거"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 씨에게 뇌물을 제공하거나 주기로 약속한 혐의 등으로 1심에서 징역 5년을 선고받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2일 오전 서울 서초구 고법에서 열린 항소심 첫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 씨에게 뇌물을 제공하거나 주기로 약속한 혐의 등으로 1심에서 징역 5년을 선고받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2일 오전 서울 서초구 고법에서 열린 항소심 첫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안종범 전 청와대 경제수석의 업무 수첩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항소심 공판에서도 뜨거운 쟁점거리였다.

박영수 특별검사팀과 삼성 측은 12일 서울고법 형사13부(정형식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2심 첫 공판에서 '안종범수첩'을 증거로 쓸 수 있는지 '증거능력'을 두고 공방을 벌였다.

앞서 1심 재판부는 안 전 수석의 수첩에 박근혜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 사이의 대화가 기제돼 있는 점을 감안, 간접사실로서 수첩을 정황증거로 채택했다.

당시 재판부는 수첩의 내용이 진실인지 여부와는 관계없이 일단 적어놓은 자체는 하나의 사실이라며 재판에 참고할 정황 증거로 판단했다.

이에 이 수첩은 두 사람 사이의 묵시적 청탁이 존재했다는 증거로 활용되면서 이 부회장 등의 1심 유죄 판결의 근거가 됐다.

하지만 이 부회장 측 변호인단은 안 전 수석의 수첩은 전문법칙이 적용돼야 해 증거물인 서면이 될 수 없다면서 증거능력이 없다고 주장했다.

즉, 수첩 내용이 다른 사람에게서 들은 내용을 말한 것에 해당하는 전문진술인 만큼 원진술자가 그 내용을 확인해주는 과정 없이는 증거가 될 수 없다는 해석이다.

변호인단 측은 "수첩의 증거능력을 인정하려면 박 전 대통령이 서명 날인하거나 법정에 나와 진정성립을 인정해야 하는데 이를 충족하지 못했다"면서 원심판결이 위법이라고 지적했다.

또 "1심에서 수첩을 간접 사실로서 증거능력이 있다고 전제하면서도 안 전 수석의 진술 등과 결합해 대통령과 이 부회장 사이에 오간 대화 내용의 증거능력을 인정해 유죄 판결한 것이어서 문제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를 들은 특검팀은 곧바로 반박하고 나섰다.

특검팀은 전문법칙은 내용의 진실성을 증명하기 위한 진술증거로 활용될 때만 한정되는데, 이 사건에서는 수첩이 다른 간접사실들과 결합해 증거로 사용되는 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특검팀은 "변호인이 말하는 전문증거로 안 전 수석의 수첩을 증거능력이 없다고 하는 것은 전문법칙의 적용을 오해한 것"이라며 "수첩에 기재된 내용과 다른 여러 재판에서의 안 전 수석과 관계자들의 진술 등 객관적인 사정을 종합해 사실관계가 인정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결론적으로 안 전 수석의 수첩은 현존 자체가 증거가 된 거고 이와 함께 안 전 수석의 법정 증언과 다수의 객관적 증거가 결합해 범죄사실을 입증하는 증거로 사용된 것"이라며 "공소사실을 인정하기 위한 간접사실로서 활용하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안 전 수석의 수첩이 1심에서 이 부회장의 유죄 판결에 주요한 근거가 됐던 만큼, 2심 재판부가 이를 다시 증거로 채택할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신아일보] 전호정 기자 jhj@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