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백남기 농민 사망' 국가 책임 인정 추진
경찰 '백남기 농민 사망' 국가 책임 인정 추진
  • 박고은 기자
  • 승인 2017.10.12 1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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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고인 법무부와 국가 '청구인낙' 추진 협의키로
공권력 행사 인명피해 재발 방지 대책도 마련
백남기 씨의 빈소 모습.
백남기 씨의 빈소 모습.

경찰이 고(故) 백남기 농민 사망사건과 관련해 국가 차원의 손해배상을 추진하기로 했다.

경찰청은 백씨 유족이 국가 등을 상대로 제기한 민사소송에 대해 국가의 법적 책임을 인정하는 ‘국가 청구인낙’(請求認諾)을 추진한다고 12일 밝혔다.

청구인낙은 원고 측 청구를 모두 인정하며 승낙한다는 의사를 피고 측이 재판부에 밝히는 법적 행위를 뜻한다.

2015년 11월 14일 민중총궐기 집회에 참여한 백씨는 경찰이 쏜 물대포에 맞고 쓰러져 중태에 빠진 뒤 이듬해 9월 25일 숨을 거뒀다.

백씨 유족은 지난해 3월 국가와 강신명 당시 경찰청장, 구은수 당시 서울지방경찰청장, 신 총경, 한 경장, 최 경장 등을 상대로 총 2억 4000여만원을 청구하는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유족 측은 당시 살수차를 조종했던 한 경장과 최 경장에 대해 사망의 책임을 물어 각각 5000만원씩을 배상할 것을 요구했고, 두 사람은 지난달 26일 유족 측 청구를 모두 받아들인다는 내용의 청구인낙서를 법원에 제출했다.

당시 현장지휘관이었던 신윤균 당시 서울경찰청 4기동단장(총경)도 과실 책임을 인정하고 지난달 27일 청구인낙서를 제출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소속 기관인 경찰청이 시기 등을 이유로 제출을 막으려 했다는 의혹이 일었고 경찰 외부 인사들로 이뤄진 경찰개혁위원회가 이를 문제 삼고 나섰다.

지난 2015년 11월 14일 서울 시내에서 열린 '민중총궐기 투쟁대회'에서 백남기 농민이 종로1가 인근에서 경찰의 물대포에 맞아 쓰러진 모습.
지난 2015년 11월 14일 서울 시내에서 열린 '민중총궐기 투쟁대회'에서 백남기 농민이 종로1가 인근에서 경찰의 물대포에 맞아 쓰러진 모습.

이철성 경찰청장은 전날 열린 경찰개혁위원회(개혁위) 전체회의에 참석해 청구인낙서 제출 제지 의혹에 대해 해명했다.

이 청장은 “경찰청이 살수차 요원들의 입장을 충분히 헤아리지 못했고, 진행 과정에서 청구인낙을 제지한 것처럼 오해할 여지가 있었다”며 “백 농민 사망사건에 대한 적극적인 후속조치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경찰은 이를 위해 민사소송에서 국가를 법적으로 대표하는 피고인 법무부와 국가 청구인낙 추진을 협의하기로 했다.

경찰 관계자는 “법무부가 국가 소송 주관이기 때문에 동의를 구해야 한다”며 “통상 법무부가 당사자인 부처 의견을 존중하기 때문에 (청구인낙서 제출) 의견을 적극 개진해 추진하겠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또 유족을 직접 만나 사과할 기회를 마련하고 유족 측 요구사항을 적극 수렴하기로 했다. 이달 출범을 앞둔 인권침해사건 진상조사위에서도 백남기 농민 사망 사건 진상 규명 결과에 따라 관련자에 대한 엄정한 조치 등을 진행할 계획이다.

경찰은 전날 전체회의에서 공권력 행사로 인한 인명피해 재발 방지 대책도 발표했다.

대책에는 △공개 사과와 객관적·중립적 조사위원회 구성 △피해자 의료·법률·피해 회복 지원 △행위자 직무배제 및 지휘관 징계·수사 △국가 책임 인정 등 피해자(유족) 배상 △백서 발간을 통한 재발방지 등의 내용이 담겼다.

아울러 집회나 시위 현장에서 시민단체와 국가인권위원회 관계자들로 구성된 인권침해 현장감시단을 두고 폐쇄회로(CC)TV 나 무전망 등 진상조사 증거자료 폐기 금지·보전 규정도 마련하기로 했다.

경찰개혁위 관계자는 “청구인낙 논란은 경찰청장 사과 이후 제대로 된 후속조치를 이행하지 못해 벌어진 것으로 절제된 공권력 행사와 경찰개혁의 방향을 인식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며 “경찰청이 내놓은 대책안을 수용하고 후속조치 이행 여부를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신아일보] 박고은 기자 gooeun_p@shinailbo.co.kr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