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 "국정교과서 의견수렴에 청와대 등 개입했다"
교육부 "국정교과서 의견수렴에 청와대 등 개입했다"
  • 이현민 기자
  • 승인 2017.10.11 1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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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교과서 진상조사위, 찬성의견서 조작 의혹 수사 의뢰 요청
찬성의견서 마지막 날 '차떼기 제출'… 교육부 직원 증언 확보
교육부의 국정교과서 최종본. (사진=연합뉴스)
교육부의 국정교과서 최종본. (사진=연합뉴스)

박근혜 정부가 추진했던 역사 국정교과서 찬반 의견수렴 과정에서 당시 청와대와 국정원, 교육부 등이 조직적으로 개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교육부는 역사교과서국정화 진상조사위원회 요청에 따라 역사교과서국정화 찬성의견서 조작 의혹과 관련해 이번 주 안에 대검에 수사를 의뢰할 예정이라고 11일 밝혔다.

앞서 역사교과서 국정화 진상조사팀은 역사교과서 국정화 전환 의견수렴 과정에서 제기된 정부기관의 여론 개입 의혹에 대해 사전 조사해 10일 위원회에 조사 내용을 보고했다.

당시 교육부는 2015년 11월 중학교 역사와 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를 국정으로 발행하는 내용이 담긴 ‘중고등학교 교과용 도서 국·검·인정구분(안)' 행정예고에 따른 의견수렴에서 찬성 의견이 15만2805명, 반대 의견은 32만1075명이 나왔다고 집계했다.

하지만 진상조사팀이 교육부 문서보관실에 보관 중인 찬반 의견서 103박스를 살펴본 결과, 국정화 찬성 이유와 제출자의 인적사항이 동일하게 제작·제출돼 '차떼기 제출' 논란이 일었던 일괄 출력물 형태의 의견서가 53박스라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에 교육부는 사안의 시급성을 고려해 이 가운데 26박스에 대한 우선 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4종류의 동일한 양식의 찬성 의견서가 반복된 것이 확인됐고, 동일인이 찬성 이유를 달리해 수백 장의 의견서를 낸 정황도 포착됐다.

특히, 1613명은 동일한 주소지를 기재해 찬성 의견을 제출했다.

또 진상조사팀이 일괄 출력물 형태 의견서 중 중복된 의견서를 제외한 4374명에 대해 무작위로 677명을 추출해 유선전화로 진위를 파악한 결과, 252명이 응답했다.

응답자 중 '찬성 의견서를 제출했다'는 답변은 129건(51%)에 불과했다. 이외는 '제출한 사실이 없다' 64건(25%), '인적사항 불일치' 12건, ‘기억이 나지 않는다’ 47건이었다.

아울러 당시 ‘차떼기 제출’논란이 일었던 의견서를 계수한 교육부 직원들은 교육부 학교정책실장의 지시에 따라 직원 200여명이 자정 이전까지 계수 작업을 했다는 증언도 확보됐다.

이 같은 내용을 보고받은 역사교과서 진상조사위는 최근 두 차례 회의를 열고, 역사 교과서 국정화 전환 단계에서 불거진 여론 개입 의혹에 대한 수사가 필요하다는데 의견을 모았다.

진상조사위는 "여론조작 개연성이 충분한 것으로 파악됐으며, 이는 개인정보보호법, 형법상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사문서 등의 위·변조, 위조사문서 등 행사에 해당한다"며 "수사를 통해 청와대와 국정원, 교육부가 어떤 역할을 했는지 철저히 규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아일보] 이현민 기자 hmlee@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