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주택의 분양원가가 61개 항목으로 공개된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는 최근 국민의당 정동영 의원이 발의한 분양원가 공개 법안(‘주택법’ 개정안)에 대해 법률로 ‘61개 이상 항목’ 표현을 명시하고, 시행규칙에 세부 내용을 정하도록 결정했다.
법사위와 전체회의가 절차가 남았으나 이르면 내년부터 공개될 것으로 예상된다. 관료에 의해 사라진지 5년만의 부활이다.
다만, 공공주택 뿐만 아니라 선분양 특혜를 누리는 모든 민간주택의 분양원가를 상세히 공개하기 위한 국회의 추가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서민들의 주거안정을 위해 토지를 강제수용하고 세금으로 건설하는 공공주택의 분양원가는 당연히 공개돼야 한다.
시민들이 국가의 강제 수용권을 부여한 이유는 건설사들의 사적 이득을 보장하기 위함이 아니라 공익을 위해 사용하라는 동의이다. 그럼에도 국가는 건설사들에게 토지를 매각해 이득을 거뒀고 건설사들은 주택시장 호황기를 틈타 분양가를 마구잡이로 부풀렸다.
이렇다보니 소비자들은 분양가가 거품이라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이를 검증·확인하지 못한 채 구매하고 있는 실정이다.
2000년 분양가 자율화 이후 과도한 집값 상승이 분양원가를 부풀린 고분양가 때문이라는 주장이 시민사회에서 제기되면서 분양원가를 공개하라는 요구가 빗발쳤다. 2004년 2월 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상암7단지 분양원가를 공개, 공기업조차 분양수익이 40%나 되는 것으로 나타나면서 분양원가 공개에 대한 시민들이 요구는 더욱 커졌다.
그러나 노무현 전 대통령이 “주택공사가 사업자 원리에 의해 움직이는 한 원가공개는 장사의 원리에 맞지 않는다”라며 원가공개 불가를 밝혀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 찰나, 2006년 은평뉴타운 고분양 논란에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서울시 모든 공공아파트의 분양원가 공개 및 후분양 도입을 선언(2006년 9월25일)하자 불과 3일 만에 노무현 전 대통령도 분양원가 공개를 “거역할 수 없는 흐름”이라며 원가공개 시행을 밝혔다(2006년 9월28일).
2007년 주택법 개정으로 분양가 상한제가 도입되며 공공아파트는 61개 항목, 민간아파트는 7개 항목의 분양원가가 공개됐다. 분양원가 공개이후 서울에는 발산, 장지, 강남, 서초 등 1000만원대 이하의 아파트들이 공급됐다.
그러나 시행령에서 명시하고 있다 보니 정권과 관료의 입맛에 따라 공개항목과 대상이 축소되어 현재는 공공주택에 한 해 12개 항목이 공개되고 민간주택은 아예 공개되고 있지 않다. 이번 개정안이 법령에 공개항목을 명시하지는 못했으나 ‘61개 항목 이상’으로 명문화 한 점은 매우 다행스러운 이유이다.
그러나 공공주택의 분양원가만 공개된다고 하여 지금의 부풀려진 분양가를 안정시킬 수는 없다. 모든 선분양 특혜를 누리는 아파트들의 분양원가를 상세히 공개해야 한다. 강남 재건축시장은 최근 3.3㎡당 5000만원에 육박하는 분양가로 내놓고 있는데 이들의 건축비는 1000만원으로 법정건축비보다 400만원이나 비싸다.
또한 실제 공사비에 비해 과도하게 부풀려진 기본형건축비(법정건축비)의 정상화, 엉터리로 분양가를 심사하는 분양가심사위원회 개선 등이 함께 실시되어야 한다.
실제 공사에 투입되는 건축비는 3.3㎡당 400만원 내외로 추정되지만 법정건축비는 600만원에 달한다. 여기에 더해 가산비라는 항목으로 금액을 추가 할 수 있다. 과거 분양가상한제가 실시되었음에도 제대로 운영도지 못한 이유는 법정건축비가 부풀려진 것이 주요인이다. 이제 막 한 걸음 땠다. 정부와 국회는 공공주택 분양원가 공개 하나로 자신들의 책무를 다했다고 착각해서는 안 된다. 주거안정을 위한 국회와 정부의 지속적인 노력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