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성과 없는 코리아세일페스타
[기자수첩] 성과 없는 코리아세일페스타
  • 김동준 기자
  • 승인 2017.10.10 1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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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블랙프라이데이’를 본 떠 만든 ‘코리아세일페스타’가 내수경기 활성화와 소비 증진에 기여할 수 있을까? 지난해 처음 선보인 코리아세일페스타는 불과 1년여 만에 형식적인 행사로 전락할 위기에 놓였다.

추석 연휴와 겹친 시기에 진행된 만큼 극적인 경제적 효과가 기대됐지만 실상 일반적인 세일 행사와 다를바 없기 때문이다. 지난해와 비교해 참여업체 규모도 늘었다는게 정부 측 설명이지만 내용은 속 빈 강정이다.

올해 코리아세일페스타는 분명 규모 면에서 성장했다. 지난해 340여개 기업이 참여했던 것에 반해 올해는 벌써 400여개 기업이 참여 의사를 밝혔다.

하지만 소비자들의 반응은 차갑다. 세일이 일상화 된 백화점이나 대형마트 등 대형 유통채널에 대해 소비자들이 굳이 코리아세일페스타 기간이라고 매장을 찾을 만한 요소가 전무하기 때문이다.

더불어 장기화 된 경기침체와 청년실업 등은 코리아세일페스타가 제기능을 발휘하지 못하게 하는 기저요인으로 작용한다. 어느새 ‘가성비’가 소비자들의 주요 소비 트렌드로 자리잡은 상황에서 대형 유통업체의 세일이 소비자들의 눈에 들어올 리 없다.

전통시장은 되려 외면받고 있다. 전년 대비 100여개 늘어난 500곳이 참여했지만 전통시장 살리기라는 구호에 치여 명목상 참여시킨 것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대형 유통업체와의 경쟁에서 도태된 전통시장에 대한 구조적 해결책 없이 진행된 세일 행사는 오히려 시장 상인들의 피로감만 가중시킨다는 지적도 나온다.

더불어 지속적으로 영향을 끼치고 있는 중국발 이슈도 문제다. 올해 중국의 국경절 연휴에는 매년 누려왔던 특수가 전무했다. 주요 면세점의 매출은 평균적으로 10% 이상 하락했다.

코리아세일페스타의 매출을 견인한 것이 한국을 방문한 중국인 관광객이었다는 점에 비춰보면 올해 행사가 더욱 초라해질 수 밖에 없는 이유다. 지난해 행사 당시 중국인 관광객이 면세점 매출에 기여한 비중은 64.5%로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그럼에도 정부는 행사를 홍보하는 것에 열을 올리고 있다. 정작 눈에 보이는 수많은 문제점을 외면한 채 치적만 쌓으려는 관료들의 행사로 전락했다.

유통업체들 역시 소비자들이 원하는 상품에 대해서는 세일에 소극적이다. 할인율이 높은 품목은 이월됐거나 재고처리가 필요한 상품이 대다수다. 특색 있는 이벤트나 프로모션도 눈에 띄지 않는다.

아직 코리아세일페스타에 대한 커다란 성과를 바라기엔 시기상조라는 시각도 있다. 하지만 한국의 대표적인 쇼핑 축제로 자리잡기 위해선 정부와 업계의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하다. 행사 기간에도 발걸음을 주저하는 소비자들의 입장을 살펴야 한다.

[신아일보] 김동준 기자 blaams@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