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여전히 높은 주가 괴리율…공시제 실효성 ‘글쎄’
[기자수첩] 여전히 높은 주가 괴리율…공시제 실효성 ‘글쎄’
  • 김성욱 기자
  • 승인 2017.10.11 11: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난달부터 증권사가 내놓는 애널리스트 주식분석 보고서에 목표주가 ‘괴리율(목표주가와 주가의 차이 비율)’을 숫자로 적시하도록 하는 의무공시제가 시행됐다. 이는 지난해 증권사의 목표주가가 지나치게 높다는 지적에 금융당국이 마련한 제도다.

제도가 시행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증권사들의 목표주가 괴리율은 여전히 30%대에 달해 당국의 제도 도입 취지가 무색한 상황이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증권사가 목표주가를 제시한 상장사 296곳의 주가 괴리율은 지난달 28일 기준 평균 33.37%로 나타났다.

이는 한 달 전 괴리율 공시제가 도입되기 전인 지난 8월28일 27.82%보다 오히려 소폭 더 높은 수준이다. 관련업계에서 목표주가 괴리율 공시제 도입의 실효성에 대한 지적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는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더군다나 증권사 목표주가의 괴리율이 낮아지는 게 좋기만 한 것인지에 대한 의문도 끊이지 않고 있다. 목표주가와 현재주가의 괴리율을 낮추려다 보면 보수적인 전망에 치우칠 수밖에 없고 이로 인해 장기 주가 전망에 혼란을 가중시킬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애널리스트는 기업의 성장성이나 실적 전망 등 주가에 영향을 줄 변수가 있더라도 이를 충분히 반영하기 어렵다. 반면 투자자들은 보고서에서 차별화된 정보를 찾으려 한다. 정보의 수요자와 공급자 사이에 불일치가 커지는 구조가 되는 것이다.

지난해 8월 삼성전자의 목표주가는 대부분 100만원대였다. 200만원을 처음으로 제시했던 한 증권사의 보고서 제목은 ‘에라 모르겠다 200만원’이었다. 당시 삼성전자 주가가 약 150만원 수준이었던걸 감안하면 목표주가와의 괴리율은 86.66%에 달했다.

그러나 최근 삼성전자의 주가는 반도체 업황 호조에 따른 3분기 사상 최대 실적 달성 기대감으로 260만원까지 치솟았다. 200만원을 제시했던 증권사의 보고서는 전혀 무리한 추정이 아니었다. 당시 삼성전자 보고서는 오히려 괴리율이 높을수록 좋은 보고서였던 것이다.

기업에 호재가 많다고 해서 무턱대고 목표주가를 높게 책정하라는 것이 아니다. 어차피 괴리율 공시제 시행 이후 목표주가를 실제 주가보다 30% 이상 올릴 때는 심의위원회를 열어야 하기 때문에 무작정 높게 부를 수 없는 노릇이다.

다만 증권사 리포트의 목적은 투자자들에게 적시에 적합한 투자 판단과 전망을 제시하는 데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정량적인 괴리율에만 신경 쓸 게 아니라 목표주가 조정의 근거, 배경 등 정성적인 내용에 더욱 귀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신아일보] 김성욱 기자 dd921208@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