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옥죄는 '근로시간 단축', 성과낼까
기업 옥죄는 '근로시간 단축', 성과낼까
  • 전호정 기자
  • 승인 2017.10.09 1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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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일수당 중복할증·특별연장근로 등 난제 여전
12조 추가비용에 "유예기간 필요" 목소리 커져
지난 9월20일 한국노총 주최로 열린 '과로사 근절 및 장시간 노동철폐를 위한 결의대회'에서 참가자들이 장시간노동 철폐를 위한 근기법 개정을 촉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지난 9월20일 한국노총 주최로 열린 '과로사 근절 및 장시간 노동철폐를 위한 결의대회'에서 참가자들이 장시간노동 철폐를 위한 근기법 개정을 촉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국회에서 주당 근로시간을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줄이는 '근로시간 단축'에 대한 논의가 뜨겁다.

여야는 세계 최고 수준의 장시간 근로 문제를 개선해야 한다는 데는 공감하면서도 시행 시기와 휴일근로 가산수당 산정 등에서 이견을 보이고 있는 상황이다.

사실 국회가 개회할 때마다 근로시간 단축 문제는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고용노동소위의 단골 의제로 대두되고 있는 고질적 난제다.

올해만 하더라도 지난 3월·7월·8월 임시국회에서 근로시간 단축 문제를 논의했으나 번번이 합의에 실패했다.

현재 20대 국회 환노위가 논의 중인 근로기준법 개정안의 핵심은 1주일 최장 근로 가능 시간을 현재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줄이는 것이다.

2004년 이후 우리나라 법정 근로시간은 '주 40시간'이다. 근로기준법 제50조에 따라 1주일에 40시간, 1일 8시간을 초과할 수 없다는 뜻이다. 다만 노사가 합의한 경우, 1주에 12시간 연장근로(근로기준법 제53조) 및 휴일근로(제56조)가 가능하다.

하지만 2000년 9월 정부의 행정해석에 따르면, 이 연장근로 12시간에는 휴일근로시간이 포함되지 않는다. '1주 12시간'이라는 연장근로 상한 기준에서 1주일을 7일이 아니라 주말을 뺀 5일로 간주한 것이다.

따라서 결과적으로 현행법과 행정해석 테두리 안에서는 최장 '주 68시간(법정근로 주 40시간+연장근로 12시간+토요일 8시간+일요일 8시간) 근로가 이뤄질 수 있는 셈이다.

이런 법·제도적 혼란에 우리나라 임금근로자의 연간 근로시간이 OECD 평균보다 350시간이나 많다는 사실 등이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면서 2015년 9월 노사정은 주당 최장 근로시간을 52시간(40시간+연장근로 12시간)으로 합의했다.

하지만 이 합의안은 다른 노동 관련 법 개정과 맞물려 여야가 평행선을 달리며 여지껏 최종 합의에 이르지 못하고 있다.

근로시간 단축에 있어 가장 큰 난관은 휴일 근로수당 중복할증 인정 여부다. 주 7일 52시간이 적용되면, 휴일 근무는 휴일근로 뿐 아니라 연장근로의 성격을 동시에 가지게 된다.

따라서 기업은 휴일 근무 근로자에게 중복 할증을 적용해, 연장근로 가산금(통상임금의 50%) 뿐 아니라 휴일근로 가산금(통상임금의 50%)을 각각 합친 수당을 지급해야 한다. 이 경우 휴일 근로수당은 통상임금의 200%가 된다.

더불어민주당은 이 같은 논리를 적용해 휴일근무수당을 통상임금의 200%로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자유한국당은 8시간을 초과하지 않는 휴일근로는 현행과 같이 통상임금 대비 50%만 가산한 150%로 지급해야 한다고 반박한다.

휴일 수당은 임금채권의 법적 성질을 갖는다. 그러므로 주 7일 52시간 기준이 도입되면 기업들은 새 기준에 맞춘 임금을 소급해서 적용해야 한다. 일반적인 경우 임금채권의 소멸시효는 3년이므로, 기업들은 최대 지난 3년간의 가산 임금분을 소급해 지급해야 하는 것이다.

한국경제연구원은 중복 할증이 인정될 경우 기업 부담액이 12조3000억원에 달하고 이 중 300인 미만 중소기업 부담은 8조6000억원에 달하리라 추산했다. 이 같은 비용 충격은 대기업보다 중소기업에게 더 부담이 된다.

이 밖에도 '특별연장근로' 인정 여부와 형사상 면벌(免罰)을 위한 '유예기간' 문제 등에서 여야는 쉽게 합의를 이루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어찌됐든 여야가 '근로시간 단축'이라는 큰 방향에는 공감했고, 사실상 법개정 초읽기에 들어가면서 기업들은 대책 마련에 분주한 모습이다.

기업 입장에서는 근로시간이 갑자기 크게 줄면 대체 인력 추가 고용, 휴일근무수당 가산지급 등에 따른 비용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이에 일부 기업들은 갑작스런 '주 52시간' 체제 도입의 충격을 줄이기 위해 이미 잔업·특근 축소, 교대근무제 조정 등 '워밍업'에 들어갔다.

그 결과 주당 근로시간이 크게 줄고 인력을 새로 채용하는 등의 효과를 거뒀다는 평가가 나온다. 하지만 근로시간 단축에 대한 임금 보전과 신규 채용 등에 따른 업체의 비용 부담은 불가피했다는 불만도 동시에 제기된다.

재계 관계자는 "2014년 한국노동연구원 실태조사에서 중소제조업체의 경우 19% 정도만 근로시간 단축 대안을 수립하고 있다고 답했다"며 "기업들에 충분한 유예기간을 통해 작업 체계 개편 등을 위한 시간을 줘야한다"고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