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동향] 경기장이 바뀌었다…해외건설 수주 전략 '새틀짜기'
[건설동향] 경기장이 바뀌었다…해외건설 수주 전략 '새틀짜기'
  • 천동환 기자
  • 승인 2017.10.07 0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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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도급사업 위주서 투자개발 형태로 변화
중동에 목 매지 말고 '미국·유럽·아시아' 주목
기업은 협력 강화 정부는 '맞춤형 지원' 필요

대림산업이 말레이시아 만중 지역에 건설해 지난달 28일 상업운전에 돌입한 1000MW급 만중5 석탄화력발전소 전경. 대림산업은 차별화된 공법을 도입해 공사기간을 통상적인 수준보다 약 5개월 가량 단축해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사진=대림산업)

대림산업이 말레이시아 만중 지역에 건설해 지난달 28일 상업운전에 돌입한 1000MW급 만중5 석탄화력발전소 전경. 대림산업은 차별화된 공법을 도입해 공사기간을 통상적인 수준보다 약 5개월 가량 단축해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사진=대림산업)

해외건설시장의 판도가 달라지고 있다. 유가하락으로 중동시장의 위축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미국과 유럽, 아시아 등 새로운 시장의 성장성이 높아지고 있다. 과거 도급사업 위주로 이뤄졌던 발주방식도 금융의 기능이 강화된 투자개발 형태로 변화하는 추세다. 이에 따라 기업은 국내·외를 막론한 협력강화를 통해 경쟁력을 키우고, 정부는 선택과 집중을 통한 맞춤형 지원정책을 펼쳐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7일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이하 건산연) 손태홍 연구위원은 건산연의 건설동향브리핑 제628호에 게재한 '해외건설 진단과 수주 전략' 보고서를 통해 과거와 차별화된 해외건설 수주전략이 필요한 시점에 이르렀다고 밝혔다.

손 연구위원은 앞으로 해외건설 수주 확대를 위해서는 수주 포트폴리오를 전환하고 성장시장으로의 진출 방안을 모색하며, 기업의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수주 지원정책의 완성도를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 기존 포트폴리오는 버려라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건설기업들은 그동안 해외건설시장에서 도급형 사업 수주를 통해 성장해왔다. 그러나 최근에는 발주자가 직접 재정을 투입하기보다는 시공자 금융 제공 및 투자개발 형태의 사업 발주가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이는 사업이 대형화 및 복합화되면서 나타난 현상으로 해외건설시장에서 자본 참여를 포함하는 금융조달 역량이 수주 경쟁력의 중요한 요인으로 인식되고 있다.

특히, 공공발주 또는 민간협력방식의 해외투자개발형 사업은 막대한 자금과 기간을 필요로 할 뿐만 아니라 토지보상과 인허가 등 법·제도 관련 다양한 이슈들을 내포하고 있다. 사업규모와 난이도, 복잡성 등 투자개발형 사업이 갖는 특성을 고려할 때 개별 기업이 모든 단계의 문제를 해결하기란 쉽지 않다.

따라서 정부 대 정부, 또는 기업·정부 대 정부 방식의 접근이 필요하다고 보고서는 기술하고 있다. 국토교통부와 산업통상자원부, 환경부 등 각 정부부처는 다양한 지원제도를 운영하고 있지만, 제도적 지원의 상당수가 투자개발형 사업에 특화된 것이 아닌 해외건설이라는 큰 범주 안에서 이뤄지고 있는 실정이다.

 

포스코건설이 지난 8월 수주한 방글라데시 마타바리 석탄화력발전 프로젝트 조감도. 마타바리 발전프로젝트는 방글라데시의 낮은 전력 보급률을 개선하기 위해 방글라데시 정부와 일본 정부가 공동으로 추진하는 사업이다.(자료=포스코건설)

포스코건설이 지난 8월 수주한 방글라데시 마타바리 석탄화력발전 프로젝트 조감도. 마타바리 발전프로젝트는 방글라데시의 낮은 전력 보급률을 개선하기 위해 방글라데시 정부와 일본 정부가 공동으로 추진하는 사업이다.(자료=포스코건설)

◇ 새로운 서식지를 찾아 떠나자

보고서는 해외건설시장에서 미국과 유럽, 아시아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은 노후 인프라를 재건하는 데 막대한 규모의 투자가 필요한 상황이다. 미국엔지니어협회(ASCE) 평가에 따르면 지난 2013년 미국의 공공 인프라 등급은 D+로 시설물 노후화에 따른 경제 비용이 약 2조8000억달러(약 3210조원)에 달한다. 미국에서 노후 인프라 개선과 신규 인프라 건설을 위해 2013년부터 오는 2020년까지 필요한 자금은 총 3조6000억달러(약 4127조원) 규모로 연평균 4540억달러(약 521조원)가 소요될 전망이다.

이처럼 미국 건설시장에서 최근 수요가 늘고 있는 분야는 인프라로, 민간투자를 수반하는 PPP(Public-Private Partnership) 형태의 사업이 가장 주목받고 있다. 시공중심 사업 수주보다는 지분투자와 같은 비시공분야를 공략할 필요가 있으며, 중장기적으로 현지 기업을 인수합병하거나 여러 기업과 협력하는 형태로 시장 점유율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손 연구위원은 조언했다.

유럽에서는 기존 건축물을 개·보수해 기능과 성능을 높이는 리노베이션(renovation) 시장이 성장하고 있다. 복구 및 보전이 필요한 시설물이 늘고 있고, 주거·비주거용 시설에 대한 질적 제고 필요성도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유럽 건설시장에서 리노베이션이 차지한 비중은 약 51%로 7470억유로(약 1013조원) 규모였으며, 오는 2019년까지 연평균 1.9%씩 성장해 연간 약 7849억유로(약 1064조원)의 시장으로 커질 전망이다.

올해 아시아개발은행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아시아 지역의 경우 기후변화 대응과 빈곤 퇴치, 성장 유지를 위한 식수 개선 및 교통인프라 구축 등에 2030년까지 약 26조달러(약 2경9809조원)가 필요할 것으로 전망된다.

부문별로 보면 전력부문이 14조7000억달러(약 1경6854조원)으로 전체의 56.3%를 차지하고, 이어서 △교통 8조4000억달러(약 9631조원) △통신 2조3000억달러(약 2637조원) △식수 및 기후변화 대응 8020억달러(약 919조원)를 차지한다.

지역별로는 동아시아 지역이 전체 금액의 61%로 가장 큰 시장규모를 자랑하고 있으며, 남아시아 24.3%, 남동아시아 12% 등의 비중을 보이고 있다.

 

2016~2030년 아시아 지역별 인프라 투자규모(단위:십억달러).(자료=건산연/아시아개발은행)

2016~2030년 아시아 지역별 인프라 투자규모(단위:십억달러).(자료=건산연/아시아개발은행)

◇ 혼자 힘으로는 벅차다

손 연구위원은 "해외건설시장의 환경이 과거와 달리 우호적이지 않은 상황에서 건설기업들은 지속적인 경쟁력 확보가 어려워졌다"며 "시장의 성장을 낙관하기 어려운 상황에서는 기업의 근원적 경쟁력인 수행 역량 보유 유무가 기업의 미래를 결정짓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발주 방식에 따른 사업 유형과 상관없이 사업 전 주기에 걸친 필수 역량을 확보해야 사업 수주는 물론 성공적 결과물 생산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수행 역량 강화를 위해서는 진출시장에 적합한 현지화가 기본적으로 요구된다. 베식스와 패트로팩 등 글로벌 건설기업들은 현지 거점 중심의 조직체계 강화 및 현지 기업과의 협력 확대, 자재 조달 조직 운영 등 다차원적 현지화 전략을 운영 중이다.

현지화는 대규뫄 투자를 필요로 할 뿐만 아니라 본사의 체계적 경영 전략에 따라 운영돼야 하지만, 다수의 국내 건설기업들은 여전히 현지에서의 자체 사업 수행보다는 시장정보 수집 및 수주영업활동에 집중하고 있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한편, 해외건설 사업이 대형화·복잡화됨에 따라 수행의 난이도가 증가하는 반면, 수주 경쟁은 심화되고 수익성은 하락하고 있다. 따라서 보고서는 단일 기업 자체의 역량만으로 경쟁력을 높이기 보다 국내·외 기업간 전략적 협력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국내 건설기업의 외국 기업과의 공동 수주 추이(단위:천달러).(자료=건산연/해외건설협회)

국내 건설기업의 외국 기업과의 공동 수주 추이(단위:천달러).(자료=건산연/해외건설협회)

◇ 대세는 역시 맞춤형 그리고 소통

보고서는 앞으로 해외건설 수주 경쟁력 강화라는 목표 달성을 위해 진출 상품과 진출 시장, 진출 형태, 진출 기업에 따라 세분화된 맞춤형 지원 정책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특히, 부처별로 제도 수립과 운영방식을 결정하기보다는 대한민국 수주 경쟁력 강화라는 목표를 공유하고 제도를 통합 운영할 수 있는 체계를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지원 제도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해외건설시장 진출을 위한 준비 또는 역량이 확보된 기업을 선별해 집중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진출을 준비하는 기업의 경우에는 교육을 강화하고, 진출 실적이 있는 기업에 대해선 지원 규모를 확대해 실질적 사업 수주가 가능토록 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손 연구위원은 "해외건설시장에서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서는 기업 투자와 정부지원이 유기적으로 결합돼야 한다"며 "다만, 근본적으로는 국내 건설산업의 경쟁력이 근간이 되기 때문에 산업 참여자간 협력 기반의 혁신이 지속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