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최악의 총기참극… 애도 물결 속 '총기 규제' 재점화
美 최악의 총기참극… 애도 물결 속 '총기 규제' 재점화
  • 김다인 기자
  • 승인 2017.10.04 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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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화기로 2만여명에 난사… 59명 사망·527명 부상
트럼프, 총기규제론에 '묵묵부답'… 백악관도 미온적
총기참극이 벌어진 미국 라스베이거스 야외 공연장에 관객들의 소지품 등이 여기 저기 널려 있다.(사진=AP/연합뉴스)
총기참극이 벌어진 미국 라스베이거스 야외 공연장에 관객들의 소지품 등이 여기 저기 널려 있다.(사진=AP/연합뉴스)

미국 전역에서는 네바다주(州) 라스베이거스에서 1일(현지시간) 발생한 사상 최악의 총기참사로 애도 물결이 이어지고 있다.

한편에서는 이번에야말로  총기 규제를 더 엄격하게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그러나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총기규제론에 대해 "지금은 때가 아니다"라며 말을 아꼈다.

3일 미 언론과 현지 경찰에 따르면 라스베이거스 중심가인 스트립 지역 야외 콘서트장에서 지난 1일 발생한 총기 난사 사건으로  최소 59명이 사망하고 527명이 부상을 당했다. 

당시 카지노 호텔 콘서트장에는 '루트 91 하베스트'라는 음악축제가 열리고 있었다. 약 4만명의 관객을 수용할 수 있는 콘서트장에는 총격 당시 2만2000명이 모여 있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총성은 유명 컨트리 가수 제이슨 알딘이 자신의 대표곡을 열창하며 공연을 마무리할 무렵 느닷없이 허공에서 시작됐다. 범인은 호텔 32층에서 반대편 콘서트장에 모인 시민을 향해 순식간에 수백 발씩을 발사할 수 있는 자동화기로 무차별 총격을 가했다. 

곧바로 경찰차 수십여 대가 출동했고, 특수기동대(SWAT) 요원들은 범인과 총격전을 벌이며 대치했다. 이후 총기난사범은 경찰이 급습하기 직전인 밤 11시께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총기난사범은 라스베이거스 인근 네바다주 메스퀴트에 사는 백인 남성 스티븐 패덕(64)으로, 그의 호텔방에서는 20여정의 총기도 발견됐다.

경찰은 또 이날 라스베이거스 북동쪽으로 130㎞ 떨어진 패덕의 자택에서도 총기와 폭발물을 찾아냈다.

이번 라스베이거스 참사는 지난해 6월, 49명이 숨진 올랜도 나이트클럽 총기난사보다 더 많은 사망자가 나온 역대 미국 최악의 총기난사 사건으로 기록됐다.

'라스베이거스 참사' 애도하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오른쪽)과 부인 멜라니아 여사.(사진=AFP/연합뉴스)
'라스베이거스 참사' 애도하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오른쪽)과 부인 멜라니아 여사.(사진=AFP/연합뉴스)

참사 이튿날 백악관과 의회·뉴욕 증권거래소는 묵념의 시간을 가졌고 주요 건물에는 조기가 내걸렸다. 시민들은 촛불을 밝히며 슬픔을 나눴고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 등은 불을 끈 채 희생자들의 넋을 기렸다.

충격에 빠진 미국 시민들과 정치권 일부에서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총기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다시 거세지고 있다.
 
민주당 대선후보였던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은 트위터에서 "슬퍼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우리는 정치를 한쪽으로 치워놓고 NRA에 대항하고, 이런 사건이 반복되지 않도록 함께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재임 중 총기 규제를 추진했던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도 "또 다른 비극"이라며 힘을 보탰고, 야당인 민주당 상언의원들 역시 트럼프 행정부에 총기 규제 강화를 촉구하며 총공세에 나섰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총기난사건이 '비극'이라고 강조하면서도 총기규제에 추진에 대해서는 '묵묵부답'으로 여지를 남겼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허리케인 마리아로 막대한 타격을 입은 미국령 푸에르토리코 방문에 앞서 기자들을 만나 총격범을 "미친 사람(demented man)"이라고 부르며 "우리는 그를 매우 심각하게 보고 있다"고 밝혔다. 

경찰의 사건 대처에 대해선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잘해냈다. 기적이었다"고 칭찬했다.

그러나 이어진 총기규제에 대한 질문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시간이 흐르면 우리는 총기규제법에 대해 이야기할 것”이라고만 답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대선 과정에서 "총기 소지 권리는 공공 안전에 필수적인 부분"이라며 총기규제에 반대해 왔다. 

또 그는 지난 4월 전미총기협회(NRA)에서 "무기 소지 권리를 침해하지 않겠다"고 밝힌 이후 총기 규제에 대해 일절 언급하지 않고 있다.

백악관도 총기규제 논의는 현재 상황에서 적절하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새라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전날 브리핑에서 "지금은 미국을 하나로 단결시킬 때"라며 "정치적 논의에는 때와 장소가 있다. 범행 동기가 밝혀지지 않았고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를 충분히 모르는 시점에 정책을 논의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는 입장을 밝혔다.

그럼에도 이번 라스베이거스 총기난사 사건의 총격범 패덕이 수십 정의 총기를 보유하고 자유롭게 이동해 범죄를 저지른 점 등을 미뤄 앞으로 총기규제론은 더욱 힘을 받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

이에 따라 트럼프의 입장 변화가 생길 것인지, 그의 입에 이목이 쏠릴 전망이다.

[신아일보] 김다인 기자 di516@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