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를 지키러 간 아들이 손써볼 틈도 없이 한순간에 총탄을 맞고 싸늘해진 주검으로 가족의 품에 돌아왔다.
강원도 철원 육군 모 부대에서 진지 공사 작업을 마치고 부대로 복귀하던 중 갑자기 날아든 총탄에 머리를 맞고 숨진 A 일병의 이야기다. 그는 겨우 22살밖에 안된 꿈이 많던 청년이었다.
이번 사고의 원인에 대해 군 당국은 총탄이 인근 사격장에서 날아든 ‘도비탄(跳飛彈)’을 지목했다. 도비탄은 총에서 발사된 탄이 딱딱한 물체에 부딪혀 튕겨나간 것을 말한다.
하지만 이번 사건은 여러 면에서 의문과 비판이 함께 제기되고 있다.
먼저 사격훈련장에서 도비탄은 종종 발생하지만 주변에 있던 사람이 도비탄에 맞아 숨진다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바위나 나무 등에 맞고 굴절되면서 속도와 회전력이 줄어든 탄이 살상력을 갖는지에 대한 의구심이 들 수밖에 없다.
더군다나 숨진 A 일병의 유가족은 한 라디오 방송 인터뷰에서 “(A 일병) 몸에 있는 탄두를 X레이로 확인했다”며 “도비탄이었다면 탄두가 원래의 형태를 갖추기 어렵지만 X레이상의 탄두는 모양을 거의 유지하고 있었다”고 전했다.
사고 당시 A 일병 등 부대원들이 인솔자와 함께 이동한 통로의 통제 여부도 논란이 되고 있다.
이들이 이동한 통로는 평소에도 자주 이용하던 길이지만, 인근 부대 사격장과 인접해 있어서 사격 훈련 시에는 이동이 통제된다. 더군다나 사건 당일 인근 부대 사격장에서는 사격 훈련이 진행 중이었다.
사격장과 A 일병이 총탄을 맞고 쓰러진 길까지의 거리는 약 400m로, 당시 인근 부대 사격장에서 사용한 K2 소총의 유효 사거리가 460m인 점을 감안하면 상당히 위험한 구간인 셈이다.
사격훈련을 실시하면 경고방송을 하고 이동로 양쪽에 경계병을 배치해 길을 원천 차단해야하지만, 사고 당시 사격장 안전통제가 제대로 이뤄졌는지에 대해 아직까지 명확히 밝혀진 것이 없다.
이번 사고로 인해 지난달 철원의 모 부대에서 발생한 K-9 자주포 폭발 사고도 덩달아 거론되고 있다. 당시 사고는 폐쇄기 이상에 따른 것으로 추정됐지만 아직까지도 정확한 원인이 규명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처럼 잇따른 부대 사고는 결국 군 당국의 ‘안전 불감증’을 방증한다. 군 사격 훈련과 병력 안전 관리에 대한 문제가 없는지 대대적인 검토가 필요하다.
가족에겐 하나밖에 없는 귀한 아들, 또 누군가에겐 좋은 동료거나 친구인 이들이 국방의 의무를 다하겠다며 입대 했지만 아무런 인사도 하지 못한 채 싸늘한 주검으로 돌아온다면 그 슬픔은 대체 무엇으로 위로할 수 있단 말인가.
때문에 논란이 되고 있는 이번 A 일병의 사건은 처음부터 끝까지 철저한 조사가 필요하다. 관련자들의 과실 유무를 밝혀내고 결과에 따라 엄정 처리와 재발 방지를 위한 후속 조치를 필히 마련해야 한다.
나라를 지키는 의무를 위해 모인 국민의 아들들인 만큼 더더욱 억울함이 없도록 진실은 명확하게 규명돼야 할 것이다.
[신아일보] 박고은 기자 goeun_p@shina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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