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동원 논설위원
11조 원의 일자리 추경에도 불구하고 고용시장은 개선되기는커녕 뒷걸음질 치고 있다. 실업자는 100만 명대에 진입하는 등 최악의 상황이다.
통계청이 발표한 지난달 고용동향을 보면 취업자 증가폭은 2013년 2월 이후 가장 적은 21만2000명에 그쳤다.
더욱이 청년 실업률은 1999년 이후 최고치를 넘어섰다.
지난해 OECD(경제협력개발기구)회원국의 청년층 평균 실업률은 13%로 2010년 16.7%로 정점을 찍은 뒤 6년 연속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반면 한국의 지난해 청년 실업률은 10.7%로 1년 전보다 0.2% 포인트 상승했다. 지난 2012년 이후 4년 연속 오름세다.
장기간 경기침체로 고용절벽이 더 심화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이라면 미래를 예측하기 힘들다. 청년 실업자 증가와 함께 저출산, 고령화 문제까지 겹치면서 앞날이 깜깜하다.
청년 실업 문제 개선을 위해서는 양질의 일자리 창출, 비정규직 문제,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임금 격차를 줄이는 등 노력이 병행돼야 하는데 현실은 녹록지 않다.
구조적 문제도 중요하지만 앞으로 경기가 획기적으로 살아나지 않는 한 청년실업 문제는 더 악화될 가능성이 크다.
긴 추석 연휴를 맞았지만 취업을 준비하는 청년들에게는 곤욕스럽다.
“누구는 대기업에 입사했다더라” “시험 준비는 잘돼가냐?“ ”올해는 취업해야지?” 명절 때 만날 친지들로부터 쏟아질 질문들이 뻔해 마음이 편치 않다.
청년 취업준비생들에게는 명절 연휴를 즐길 여유가 없다.
취업준비생과 이직을 생각 중인 직장인들 87.2%가 이번 연휴에도 친지모임에 참석하지 않고 취업준비를 할 예정이라는 조사 결과도 나왔다.
특히 알바에다 취직 시험 준비에 구직자 10명 중 2명이 추석 연휴에 ‘단 하루도 맘 편히 못 쉴 것’이라는 답변에 안타까움 마저 든다.
연휴에 아무 것도 안하고 가만히 있으면 불안하거나 뭔가 뒤쳐지는 느낌 때문일 것이다.
자신을 옥죄는 강박 관념이라할 수 있다.
열심히 노력해 원하는 직장에 취업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잠시 멈춰서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도 가져볼 필요가 있다. 힘들고 어려울 때일수록 더욱 그렇다.
나에게는 누가 가장 소중한가? 부모, 배우자, 친구인가? 사실 내가 없으면 세상에 그 어떤 것도 의미가 없다.
그렇기에 나는 참으로 소중한 존재인 것이다.
이번 추석 연휴는 최장 10일간으로 유달리 길다. 가족과 같이 보름달을 보며 잠시 쉬어가는 여유를 가져보자.
고독함과 정적, 한가로움 속에서 새로운 탄생도 있는 법이다. 불안 속에 쉼이 있을 수 없고 쉼이 없는 곳에 새로운 창조가 있을 수 없다.
자끄 레끌레르끄는 ‘게으름의 찬양’에서 “우리 삶이 행복하고 제대로 인간적이려면 거기에는 느림이 있어야 한다”고 권하고 있다.
행복이라는 기준이 어디인지 알 수는 없지만 결국 우리가 사는 시대의 치열한 생활이란 실상은 작은 소동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강동원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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