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탁금지법 1년…5만원 이하 선물세트 비중 확대
청탁금지법 1년…5만원 이하 선물세트 비중 확대
  • 김동준 기자
  • 승인 2017.09.28 1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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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상공인 등 매출하락으로 ‘울상’
(사진=신세계백화점)
(사진=신세계백화점)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청탁금지법)이 시행된지 1년이 지났다. 업계에서는 순기능과 역기능에 대한 다양한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청탁금지법이 시행된 이후 올해 500대 기업의 접대비는 약 15% 이상 감소했다. 허례허식이 사라지면서 기업들의 실질적인 이익이 된 것. 하지만 꾸준히 제기됐던 소상공인 등 매출감소도 여전히 문제로 남아있다.

청탁금지법이 시행되면서 가장 큰 영향을 받은 곳은 유통업계다. 특히 추석이 다가오면서 ‘주거니 받거니’ 하는 명절 문화가 여전히 존재하는 만큼 선물에 대한 풍속에도 영향을 크게 미쳤다.

백화점 3사가 추석 선물세트 예약판매 기간에 준비한 상품 가운데 5만원 이하 선물세트 비중은 전년과 비교해 최소 20%에서 최대 40%까지 늘었다.

롯데백화점의 경우 5만원 이하 상품을 지난해보다 10% 이상 늘렸다. 전체 판매 품목 가운데 5만원 이하 상품 비중도 전년대비 14%p 늘어난 40%로 증가했다. 신세계백화점 역시 5만원 이하 상품을 작년 추석과 비교해 30% 많이 준비했다.

소비자들도 ‘5만원’이라는 선물 상한선에 눈높이를 맞추고 있다. 신세계백화점에 따르면 5만원 이하 상품의 매출은 약 80% 상승했다.

신세계백화점 관계자는 “5만원 이하 상품에 대한 매출은 지난 추석과 대비해 80% 정도 늘었다”며 “특히 고객이 원하는 상품으로 선물세트를 구성하는 ‘햄퍼세트’ 카테고리에서 5만원 이하 매출이 늘었다”고 말했다.

대형마트에서도 5만원 이하 선물세트 매출이 늘었다. 롯데마트의 경우 추석 선물세트 사전예약 기간에 판매된 5만원 이하 선물세트 매출은 전체의 85%를 차지했다. 앞서 상품 비중도 지난해 추석 대비 6.9%p 늘린 83.1% 물량을 준비했다.

그러나 소상공인에게 김영란법은 여전히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중소기업·소상공인 사업장 300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56.7%에 달하는 곳에서 청탁금지법 시행 1년 전과 비교해 매출이 줄었다고 응답했다. 평균 매출 감소폭은 34.6%에 달했다.

김경만 중소기업중앙회 경제정책본부장은 “청탁금지법 시행 이전부터 부작용이 우려됐음에도 지난 1년간 아무런 조치가 없었다”고 지적했다. 청탁금지법으로 피해를 입은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에 대한 지원책 마련도 촉구했다.

외식업계도 매출 하락으로 울상이다. 한국외식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총 420개 외식업체를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전체의 66.2%가 매출이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매출감소율은 22.2%로 청탁금지법 시행 전과 비교해 14.7% 줄었다.

이같은 부작용이 나타나자 정부도 반응했다. 특히 청탁금지법 시행으로 가장 큰 영향을 받고 있는 농축수산계를 대표하는 농림축산식품부와 해양수산부가 움직였다. 현행 3·5·10의 기준을 5·10·5로 조정하는 방안을 제안한 것.

김영록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어제(27일) 농업인단체 34곳에 보낸 편지에서 “식사는 5만원, 선물은 10만원으로 조정하되 선물 횟수와 총액에 제한을 둔다면 청탁금지법 취지를 달성할 수 있다”며 “경조사비는 10만원에서 5만원(화환 별도)으로 낮추는 등 합리적인 방안을 협의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김영춘 해양수산부 장관도 지난 25일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청탁금지법 개정안 추진의지를 밝히며 “일각에서 가액기준 ‘5·10·10’을 이야기하지만 국민권익위원회에 명분을 주기 위해 경조사비를 내린 ‘5·10·5’를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신아일보] 김동준 기자 blaams@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