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아세평] 추석밥상 여론거리를 준비하는 여야당의 동상이몽
[신아세평] 추석밥상 여론거리를 준비하는 여야당의 동상이몽
  • 신아일보
  • 승인 2017.09.28 0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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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기태 한국정경문화연구원장
 

아침저녁으로 서늘한 기운이 또렷하다. 추분이 지났으니 가을에 성큼 들어 선 셈이다. 

한가위 큰 명절을 준비하는 서민들의 차례상 보기는 즐거운 설렘보다는 발걸음이 더 무겁다. 과일을 비롯한 야채는 말 할 것도 없고, 생선이나 고기 값이 천정 높은 줄 모르고 치솟으니 추석 준비 가는 발걸음이 무거운 것을 말 해 무엇하랴. 하루하루 살아가는 시민들 발걸음이야 무겁든 말든 큰 명절을 코앞에 둔 이 때 쯤이면 차례준비 하는 서민들 보다 더 바쁜 쪽은 늘 추석밥상에 올릴 여론거리를 챙기는 여야 정치권이다.

올해도 예외는 아닌듯 하다. 청와대 대변인이 나서 여야당 5자 대표회동을 제의하였다. 유엔 총회를 다녀온 대통령의 외교활동 보고겸 안보국방 전반에 걸친 현안과 함께 현안문제의 해법을 논의해 보자는 협치의 손짓으로 선방을 날린 것이다.

중소기업 벤처부 장관 후보자, 헌재소장 후보 낙마에 이어 대법원장 인준이 가까스로 통과된 마당에 청와대와 정부는 긴긴 추석연휴에 우호적인 여론을 확산하여 정기국회와 올해 정국을 이끌어 갈 동력을 확보하고자 선공을 취한 격이다.

북 핵실험을 핵으로 하여 유엔을 비롯한 국내외의 상황은 한반도에서 곧 무슨 일이 터질듯이 압축이 되어 폭발 직전 절박한 상황이다. 대화와 평화적 해결을 원칙으로 국제사회에 호소하는 문대통령의 고군분투가 순조롭게 먹혀들지 않는 형편에, 이미 북한에 800만불 인도적 지원을 공언하고 시기를 보고 있는 미묘한 때에 점점 가중되는 김정은의 위협과 이를 어르는 문 대통령의 대화를 통한 평화적 해결책이 뒤엉겨서 추석밥상머리에 동시에 오를 것을 뻔히 아는 집권당과 정부로선 예년에 없이 긴 명절민심에 촉각이 곤두 설 수 밖에 없을 것이다.

대법원장 인준 국회통과를 두고 정치적 거래라는 비난이 날이 서 대립하는 형편에 선제적으로 이슈를 제기하고 억지로라도 얽힌 정국을 풀려고 하는 여당과 정부의 고뇌가 읽힌다. 그러나 협치의 파트너 중 제1 야당인 자유한국당은 시종일관 홍준표 대표와 정우택 원내대표가 번갈아가며 1대1 회동을 하자고 어깃장을 놓는 통에 5자회동은 번번이 무산되어 협치는 고사하고 협의도 난망이다.

여기서 제1야당의 역 제의를 어깃장이라고 하는 이유는 권력을 쥔 여당이나 대통령을 편들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어떠한 이유든 간에 국정의 실패로 정권을 내어 준 야당은 권력을 가진 여당에 끌려가는 것이 숙명이다. 그래서 싫어도 기회가 생기면 국민이 바라는 바를 미리 파악하고 여론을 압도할 이슈 가지고 당당하게 마주하여 지지자들이 원하는 정책을 쟁취해야 한다. 회동제의가 온다면 기다렸다는 듯이 준비된 이슈를 언론에 선제적으로 발표하여 정부여당이 여론 물타기를 하는 것을 미리 막는 것도 전략이다. 싸움의 기술 제1조는 선방이다. 전략부재인 채 벋대기만 하면 그나마 품에 있던 집토끼도 등을 돌린다.

여러가지로 보아 속이야 상하겠지만 나머지 야당을 아우르고 결집하여 정부여당의 독주를 견제하는 것이 제1야당의 몫이라는 것을 모르진 않을 터인데 스탭은 늘 꼬인다. 보수나 진보라는 진영논리를 떠나 전략도 지혜도 유능한 리더쉽도 안보이는 제1야당 모습이 안타깝다. 언제부턴가 우리의 민심은 덮어놓고 싸우는 꼴이 보기 싫다고 한다. 싸워야 하는 것이 숙명이고 최선의 전략인 야당에게는 이것도 부담이다. 여야 모두가 추석민심을 잡아 향후 정국의 주도권을 쥐고 싶은 꿈은 같은데 오히려 잠은 각자 편한대로 딴 곳에서 자고 있다. 민심 잡는 것은 토끼몰이 하고는 다르다. 동몽이상인 정부여당이나 견제하는 야당 모두 토끼몰이는 몽둥이로 하지만 민심은 가슴을 열고 싸안야 한다는 참 쉬운 것을 잊지 말기를 바란다.

/박기태 한국정경문화연구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