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경쟁력이 하락세다. 우리 관료들이 언제나 문제없다고 주장하는 ‘펀드멘탈’, 즉 거시경제분야의 호성적에도 불구하고 도처에 자리잡고 있는 비효율이 발목을 잡고 있음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한국은 세계경제포럼(WEF)이 매년 발표하는 국가경쟁력 평가에서 올해 137개국 중 26위를 차지했다. 4년 연속으로 제자리걸음이다.
2007년 역대 최고인 11위까지 올랐지만 선진국 중에 드물게 지난 10년간 순위 하락세를 지속하고 있으며 12개 부문 간 불균형이 두드러진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거시경제’ 부분은 2위로 최상위권을 유지했지만 효율성과 관련된 노동과 금융 분야가 발목을 잡았다.
평가결과를 살펴보면 가중치가 50%로 가장 큰 ‘효율성 증진’이 26위로 순위가 가장 낮았다. 가중치 30%인 ‘기업혁신·성숙도’는 23위, 20%인 ‘기본 요인’의 순위가 가장 높은 16위였다. 특히 노동·금융 등이 한국의 국가경쟁력을 갉아먹는 주요인으로 분석됐다.
3대 분야 중 ‘효율성 증진’ 관련 항목인 ‘노동시장 효율’은 73위였다. 특히 노사 간 협력(130위), 정리해고비용(112위)은 여전히 조사 대상국 중 최하위권이었다. 여성 경제활동 참가율은 90위로 하위권을 유지했다.
‘금융시장 성숙도’는 74위에 그쳐 가장 경쟁력이 떨어지는 부문으로 파악됐다. 대출용이성(90위), 은행건전성(91위), 벤처 자본의 이용가능성(64위) 등에서 순위가 올랐지만 여전히 바닥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경제의 혁신 역량을 보여주는 ‘기업혁신’은 18위로 작년보다 2계단 상승했지만, 중국(28위), 인도(29위), 인도네시아(31위) 등 최근 신흥국의 기업혁신 순위가 속도로 상승하고 있음을 감안하면 추세적 하락이라는 분석이다.
‘기업활동 성숙도’는 26위로 지난해에 비해 3계단 내려앉았다. 기업의 직원에 대한 권한위임 정도는 63위에서 78위로 순위가 크게 떨어졌다. 국내 공급자의 질(30위), 기업의 마케팅 정도(38위), 기업 클러스터 조성 정도(28위) 순위가 높지 않았다.
‘제도적 요인’(58위)의 세부항목 순위는 처참하다. 기업 이사회의 유효성(109위), 소수 주주의 이익 보호(99위), 정치인에 대한 공공의 신뢰(90위), 공무원 의사결정의 편파성(81위), 정부규제 부담(95위), 기업경영윤리(90위), 정책 결정의 투명성(98위) 등 사회의 예측가능성이나 투명성과 관련된 순위에선 한숨이 나올 지경이다. 모두 우리 경제규모와 어울리지 않는 순위들이다.
정부도 심각성을 인지한 것처럼 보인다. 국가경쟁력 강화를 위해 인적자본 투자 확대와 혁신성장 등 패러다임 전환에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2013년 두 차례 회의를 열었으나 이후 활동을 중단한 상태였던 국가경쟁력 정책협의회를 열기로 했다. 칼집에 넣어 다락방 속에 던져 놓았던 녹슨 검을 다시 꺼내든 모양새다.
이번 WEF의 조사 결과를 보면 양적 지표나 인프라 분야는 선진국 수준이지만 이것을 지속가능하게 만들 수 있는 핵심역량이 부족하다는 점을 알 수 있다. 비효율성과 부패가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여전히 만연해 있다는 의미다. 장기적 글로벌 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한 기초체력이 약한 셈이다.
사회 도처에 남아있는 비효율과 부정을 걷어낼 수 있는 끊임없는 개혁만이 기초체력을 키울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노력과 아픔 없이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