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전반에는 ‘매뉴얼’이 있다. 직장인은 회사가 정해놓은 업무 지침을 따르고, 기업은 정부가 마련한 법 테두리 안에서 회사를 운영한다. 이 ‘매뉴얼’은 수정·보완되면서 발전한다.
고용노동부는 최근 국내 제과점 파리바게뜨가 하도급업체를 통한 제빵기사 고용형태를 ‘불법파견’이라고 결론지었다.
고용부는 파리바게뜨 본사가 제빵사의 출퇴근 시간까지 확인하는 등 업무를 직접적으로 지시했다며, 계약의 명칭과 형식이 중요한 게 아니라 실질적인 근로관계가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본사가 제빵사 5378명을 직접 고용하라는 시정명령까지 내렸다. 프랜차이즈 기업과 하도급업체 간 부당이익을 근절시키고, 제빵기사에게 온전한 근로환경을 제공하기 위해서라는 설명이다.
고용부의 이번 조치도 근로자의 처우개선을 위한 ‘매뉴얼’ 수정에 해당한다. 그러나 완벽한 수정 매뉴얼이라고 하긴 힘들다. 본사와 하도급의 관계, 파견법에 관한 고민은 뒤로한 채 근로자의 고용안정성 측면만 지나치게 강조했기 때문이다.
때문에 고용부의 밀어붙이기식 규제로 자칫 노동시장이 경직되진 않을까 하는 우려도 제기된다. 파리바게뜨 사태를 지켜본 CJ푸드빌의 뚜레주르 등 프렌차이즈를 운영하는 여타 기업들도 바짝 긴장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문제는 파견법이다.
우리나라는 제조업에 대한 파견을 허용하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프렌차이즈를 운영하는 국내 대부분의 기업이 하도급업체를 두는 사업구조다.
게다가 파리바게뜨가 고용부의 시정명령 대로 제빵사를 직접고용 한다고 해도 가맹점에 보낼 수 없다. 이를 무시하고 제빵기사들을 가맹점으로 보낸다면 ‘불법파견’ 논란의 재점화가 불가피 한 상황이다. 법망을 피하기 위한 기이한 고용형태가 생겨나진 않을까 걱정스럽기까지 하다.
게다가 우리나라 파견법은 세계적인 추세에 반하는 길을 걷고 있다.
일본의 경우 지난 1985년 대상 업종을 엄격히 제한한 파견법을 제정했다. 이후 1999년 개정을 통해 일부 업무를 제외한 모든 업무에 대해 파견을 허용하는 형태로 전환했다.
청년실업이 대두되던 2004년에는 기업의 제조업 파견까지 허용해 완화시켰고, 기업 경쟁력 강화는 물론 일자리 창출까지 이어질 것으로 기대했다.
노동권을 중시하는 프랑스도 파견법에 업종제한은 없다. 국제노동기구(ILO)도 제조업 파견에 대해 ‘원칙 허용, 남용 금지’라는 원칙을 지키고 있다.
고용부는 더 이상 헛발을 딛어선 안된다. 법을 획일적으로 적용해 ‘밀어붙이기식’ 정책을 펼칠 게 아니라 복잡하게 얽힌 ‘파견규제’를 단계적으로 풀어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확보하는 게 급선무다.
청년실업·저출산 문제가 심각한 시절임을 고려해야 한다. 무조건 법의 잣대만 들이밀다가는 근로환경 개선은 물론 양질의 일자리 창출도 물거품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