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정기국회 첫날부터 대립각
여야, 정기국회 첫날부터 대립각
  • 전성남기자
  • 승인 2008.09.01 1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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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위기설’…한 “근거없는 이야기”, 민 “추상적 변명 급급”
한 총리, 인사말만 한 뒤 퇴장…맥빠진 쇠고기국정조사특위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18대 국회의 첫 정기국회가 열린 1일 ‘9월 경제위기설’에 대한 공방으로 다시 대립각을 세웠다.

한나라당은 9월 위기설이 근거없는 이야기일 뿐, 정부여당이 경제안정을 위하 주도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고 국민적 진화에 나서는 한편, 민주당은 ‘9월 위기설’을 제기한 쪽은 정부라며 환율과 주가폭락, 경상수지 적자뿐만 아니라 일자리 감소, 서민경제나 물가에 대한 대안을 전혀 내놓지 못한 채 추상적인 변명에만 급급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한나라당 박희태 대표는 이날 고위당정협의에서 “지금 언론에 9월 위기설이 나오고 국민을 불안하게 만드는데, 저는 9월 위기설을 믿지 않다”며 “단지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우리가 여기에 최대한 주의를 기울여서 국민에게 뭔가 호소를 하던지, 정부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해달라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나라당 정책위의장을 역임한 이한구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장도 MBC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과 인터뷰에서 “상당히 근거가 부족하고 비과학적인 주장”이라며 “정부당국이 정말로 아주 무능하거나 아니면 위험한 짓을 한다는 그런 가정에서나 현실화 될 수 있는 얘기”라고 일축했다.

반면, 민주당 정세균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진원지를 살펴보면 경제위기를 최초로 말한 사람은 대통령으로 기억한다”며 “원래 경제는 국민들의 신뢰, 시장에서의 신뢰가 중요하다.

대통령 말도 비서관의 말도 국민과 시장의 신뢰를 얻는데 부적절하다”고 비판했다.

최재성 대변인도 현안브리핑에서 “이명박 대통령과 임태희 정책위의장 등 현 정부를 책임지고 있는 라인에서 위기설을 먼저 퍼트린 것인데 지금은 위기는 없다고 강변하기 급급하다”며 “중요한 것은 정부가 추상적인 해명을 하는데 급급할 것이 아니고 구체적인 대안을 내놓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한승수 국무총리의 불출석 문제로 파행을 거듭하던 국회 쇠고기국정조사특위가 1일 재개됐지만, 한 총리가 모두발언만 한 뒤 퇴장하면서 맥빠진 채로 진행됐다.

여야 합의에 의해 한 총리가 일문일답 대신 일괄답변만 하더라도 질의 내용은 들을 것이라고 예상했던 야당 의원들은 총리가 모두발언 뒤 바로 옆 방으로 자리를 옮기자 허탈해 하는 반응을 보였다.

한 총리는 이날 모두발언에서 그동안 쇠고기국정조사특위 기관보고 출석 요구를 거부해온데 대해 “결코 국회를 가볍에 생각해서가 아니라 국무총리의 특위 출석 선례를 만들지 않기 위해서였다”고 해명했다.

그는 “국무총리의 업무 범위는 국정 전반에 걸쳐 광범위해 모든 상임위와 특위에 연관되어 있는데, 만약 특위 출석 선례를 만들면 모든 현안이 생길 때마다 상임위에 출석해야 하지 않느냐”며 “관행과 원칙을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1988년 이후 18차례 국정조사가 실시됐지만 국무총리가 특위에 출석한 적은 없고, 앞으로 누가 국무총리직을 수행하게 되더라도 이같은 관행은 국정의 원할한 수행을 위해 지켜져야 할 것”이라며 “다만 총리 출석 문제로 국조 일정이 지체돼 대단히 유감”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민주당 김상희 의원은 “총리가 반성하고 유감을 표시한 것인지, 국회에 항의한 것인지 알 수 없는 발언”이라며 “아무런 예고 없이 불출석했던 것에 대한 분명한 사과가 있어야 한다”고 비판했다.

민주당 김우남 의원은 “야당을 하면서 서글프고 모욕감까지 느낀다”며 “총리를 보고 싶을 때마다 볼 수 있도록 사진을 하나 준비해 달라. 이렇게 맥을 빼는 총리에게 한 번도 유감 표명을 하지 않는 위원장도 유감”이라고 불만을 쏟아냈다.

같은 당 양승조 의원은 “국회나 의회의 요구가 있을 때 국무총리는 출석해야 한다”며 “헌법·국회법상 국무총리의 출석 답변 의무가 명시되어 있는데, 관행보다 앞서는 것이 헌법과 법률이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민주노동당 강기갑 의원도 “어쨌든 총리가 발걸음을 했으면 최선을 다해 답변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끝까지 버티고 나오지 말든지, 나왔으면 질문을 들어야지 어떻게 이렇게 할 수 있나. 이것은 국회의 권위를 지키는 것도, 총리 권리를 지키는 행동도 아니다”고 격분했다.

총리 없이 총리를 향해 질문하는 상황이 이어지자, 여당 내에서도 총리의 행동에 대한 불만이 터져나왔다.

한나라당 정진섭 의원은 “총리 불출석 문제로 국조특위가 파행을 겪었는데, 관행을 지킨다는 것은 옳지만 스스로 참석했으면 좋지 않았겠느냐”며 “쇠고기 문제도 총리가 이 문제를 주도해 잘 끌고 왔으면 오늘과 같은 사태가 오지 않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한 총리는 일괄마무리 답변에서 “쇠고기 국조 특위에 불참할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를 원내대표에게 통보했는데, 이것으로 충분한지 알았다”며 “특위가 이렇게까지 파행될지는 몰랐다.

심심한 유감을 표한다”고 다시 한번 유감을 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