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생활을 시작하는 시점이 늦을 각오를 하고 PEET를 준비 중인데 개편 논의라니... 문제가 많은 제도라면 사전에 제대로 검토했어야 하는 거 아닌가요?”
교육부가 약대 편입학 제도인 이른바 ‘2+4 학제’의 개편을 위한 논의에 착수한 것이 알려지면서, 약대 편입 준비생들 사이에서 흔히 들을 수 있는 불만이다.
당초 약대는 다른 여느 학부와 같이 고교 졸업예정자(또는 졸업자)가 대학 입시로 한 번에 들어가 4년 동안 다니는 제도였다.
하지만 지난 2011년부터 ‘다양한 전공을 공부한 학생을 약대에 받아들여 융합형 인재를 키우자’는 취지로 2+4 학제로 개편됐다.
이에 따라 현재 약대 입시는 전공 상관없이 약대가 아닌 다른 학부(학과)로 입학해 2년 동안 대학 생활 마치고 약대입문자격시험(PEET)에 응시해 편입하는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그러나 도입 취지와 달리 2+4체제는 사회적인 상황과 맞물려 여러 부작용들을 낳으면서 제도 도입 6년여 만에 개편 논의를 하기에 이르렀다.
현행 체제의 가장 큰 문제는 최근 취업시장의 한파에 이른바 ‘PEET 낭인’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더군다나 자연계 학생들에 비해 비교적 취업이 수월하다고 알려진 이공계열 학생들마저도 PEET에 도전하면서 각 대학교의 ‘중도이탈’ 문제까지 야기하고 있다.
특히 PEET 시험과목과 관련이 있는 화학, 생물학, 물리학 등과 관련한 학과는 정상적 운영이 어려울 정도라는 볼멘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이밖에 2+4체제는 과도한 사교육 유발과도 직결된다. PEET 자체가 자격시험의 역할 보다 ‘변별력 확보’에 초점을 맞추면서 난도가 급격히 높아졌기 때문이다.
대학에서 관련 선수과목을 충실히 들었던 학생이라도 독학으로 고득점을 받기 힘들어 시험을 준비하는 학생의 대다수는 사교육에 의지해야 하는 형편이다.
이 같은 상황에 한국약학교육협의회 뿐만 아니라 자연계·이공계서도 약대 신입생 선발 방식을 바꿔야한다고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졌고, 결국 교육부는 최근 논의 테이블에 앉았다.
입시제도는 모든 이를 만족시킬 수 없어 최선도 차선도 없는 정책이라고들 한다. 하지만 제도 도입 10년도 안 돼 강한 비판에 부딪치는 것은 교육 정책의 실패라는 지적이 나오기에 충분하다.
오락가락하는 교육 제도로 인한 피해는 결국 제도에 저항할 힘없는 학생들에게 돌아간다. 교육부는 최근 ‘졸속 논란’으로 시행이 미뤄진 수능 개편안으로 이 사실을 똑똑히 인지했을 것이다.
‘약대 편입’으로 다시금 도마 위에 오른 교육부가 부디 이번엔 사회적 공감대를 얻을 수 있는 ‘차악(次惡)’의 교육 제도로 백년대계를 누릴 수 있길 바래본다.
[신아일보] 박선하 기자 sunha@shina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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