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위권'까지 언급… 미국-북한, 군사행동 명분 만드나
'자위권'까지 언급… 미국-북한, 군사행동 명분 만드나
  • 김가애 기자
  • 승인 2017.09.26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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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용호 "미국이 선전포고… 우리 영공 넘지 않아도 쏘아 떨굴 것"
美 "터무니 없다… 전쟁 피하길 바라지만 가능성 무시할 순 없어"
유엔총회 참석차 미국을 방문 중인 리용호 북한 외무상이 25일(현지시간) 오전 숙소인 뉴욕의 밀레니엄 힐튼 유엔플라자 앞에서 성명 발표 중 입을 굳게 다물고 있다.(사진=AP/연합뉴스)
유엔총회 참석차 미국을 방문 중인 리용호 북한 외무상이 25일(현지시간) 오전 숙소인 뉴욕의 밀레니엄 힐튼 유엔플라자 앞에서 성명 발표 중 입을 굳게 다물고 있다.(사진=AP/연합뉴스)

리용호 북한 외무상이 미국 전략폭격기가 북측 영공을 넘지 않아도 격추할 '자위적 대응권리'를 언급하는 등 북한과 미국의 충돌이 연일 이어지며 한반도가 긴장정국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모양새다.

추가 무력시위의 가능성을 더욱 열어놓는 등 군사행동에 대한 명분을 각자 만들고 있어 북한-미국 간 긴장은 더욱 고조되는 양상이다.

유엔 총회 참석차 뉴욕을 방문했던 리용호 북한 외무상은 25일(현지시간) 출국직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향해 "지난 주말에 또다시 우리 지도부에 대해 오래가지 못할 것이라고 공언함으로써 끝내 선전포고를 했다"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리 외무상은 "미국이 선전포고한 이상 미국 전략폭격기들이 설사 우리 영공 계선을 채 넘어서지 않는다고 해도 임의의 시각에 쏘아 떨굴 권리를 포함해 모든 자위적 대응권리를 보유하게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틀 전 '죽음의 백조'로 불리는 미 전략폭격기 B-1B 랜서가 F-15 전투기들의 호위를 받으며 북한 동해의 최북단 국제공역을 비행하는 독자 '무력시위'를 펼친 데 대한 강력한 반발인 것으로 보인다.

또 향후 상황 전개에 따라 벌어질 수 있는 북한의 군사행동은 미국의 불법적 선제공격에 대한 자위권 차원의 불가피한 대응 조치임을 안팎에 알려 사태의 책임을 미국에 돌리기 위한 주장인 것으로 해석된다.

이에 미국 측은 북한에 대해 선전포고를 한 바 없다며 터무니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새라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우리는 북한에 대해 선전포고한 바 없다"며 "솔직히 말해 그러한 주장은 터무니없는 것(absurd)"이라고 밝혔다.

카티나 애덤스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담당 대변인도 "어떤 나라도 국제공역에서 다른 나라의 비행기나 배를 타격할 권리는 없다"고 말했다.

이와 동시에 미국 측은 강경 대응 방침도 함께 밝혔다.

허버트 맥매스터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은 이날 "미국이 북한 정권과 협상하기 전, 북한은 핵시설 사찰을 받아들이고 핵무기를 포기할 용의가 있다는 것을 선언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말폭탄'을 주고받으며 한반도 긴장이 고조된 것과 관련, "미국은 북한과의 전쟁을 피하길 바라지만 그 가능성을 무시할 순 없다"고 경고했다.

또 그는 "미국은 북한이 핵탄두를 장착한 탄도미사일을 획득하는 것을 용인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트럼프 행정부는 북핵 위협을 완전히 해결할 4∼5가지 시나리오를 찾고 있다"며 "일부는 다른 해결책보다 더 험악하다"고 밝혔다.

한편 미국을 방문 중인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리 외무상의 주장과 관련 "북한이 추가 도발할 가능성이 크고 이런 상황에서 쉽게 통제 불능 상태에 빠질 수 있는 이(한반도) 지역에서 군사적 충돌이나 긴장 고조를 막도록 한국과 미국이 함께 빈틈없고 견고하게 상황을 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한반도에서 또 한 번의 전쟁이 일어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