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쉬운 해고’와 ‘취업규칙 변경 완화’의 양대 지침을 전격적으로 폐지하면서 단절됐던 노동계와의 대화복원이 기대되고 있다.
김영주 고용노동부장관은 25일 취임 후 처음으로 전국 기관장회의를 주관하면서 박근혜 정부의 노동개혁 핵심인 ‘공정인사 지침’과 ‘취업규칙 해석 및 운영에 관한 지침’을 폐기했다. 이로서 노동계에서 노동개악이라고 강하게 반발하던 양대 지침은 1년8개월 만에 사라지게 됐다.
지난해 1월 발표된 양대 지침은 저성과자 해고를 가능하도고 하는 ‘일반해고’를 허용하는 것과 사업주가 노동자에게 불리한 근로조건을 도입할 때 노조나 노동자 과반 동의를 받도록 한 규정을 완화하는 내용이다.
당시 한국노총은 전 정권의 밀어붙이기식의 양대 지침 도입해 반발해 노사정위에서 탈퇴했다. 이후 양대 지침 페기를 노·정 대화의 선결과제로 내걸면서 사회적 대화가 단절됐었다.
양대 지침의 폐기는 예정된 수순이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공약으로 지침 폐기를 내세웠고, 김영주 장관도 인사청문회에서 약속한 내용이기 때문이다.
정부가 이날 전격적으로 양대 지침 폐기를 선언하면서 노동계에 사회적 대화 복원의 명분을 만들었다는 평가다.
노동계 출신인 문성현 노사정위원장 임명도 그동안 교착상태에 빠졌던 대화채널의 복원에 힘을 실을 것이란 전망이다.
하지만 정부의 바람과는 달리 노동계에서는 아직 화답의 준비가 덜 된 분위기다. 일단 노동계에서는 양대 지침 폐기는 노동자의 기본적 권리보장을 위한 당연한 조치라고 선을 그으면서 대화복귀를 위한 유인책이 될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노동계는 정부의 노동기본권 보장을 위한 노력을 선행돼야 한다면서 노사자율 교섭을 침해하는 단체협약 시정명령도 폐기하라고 주장했다. 고용부가 노동시간, 통상임금에 대한 잘못된 행정해석도 바로잡아야 한다고 요구도 덧붙였다.
문재인 정부의 친 노동정책은 이전 정부와는 확연한 차이가 보인다.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이나 파리바게트 불법파견 논란 등이 그 증거다. 이미 폐기된 양대 지침을 놓고 지난 과정의 잘잘못을 따지기는 것은 의미가 없다. 불과 2년도 채 시행되지 못한 박근혜 정부의 ‘노동개혁’에 발목 잡혀서는 안 된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노동계는 원하는 것의 상당부분을 빠른 시간에 챙겼다. 노동계에서는 당연한 조치라고 일축하지만 냉·온탕식 노동정책으로 야기된 경제후유증을 정부와 함께 수습해야 할 책무도 있다. 그 첫 번째 발걸음은 당연히 노사정위원회의 복원이다. 노동계가 노사정위 복원을 거부할 명분이 별로 없어 보인다. 노사정위의 파트너인 노사정위원장, 고용노동부장관 모두 노동계 출신이며 정부도 그 어느 때보다 노동계와의 대화에 적극적이다. 더 이상 노동계가 머뭇거리며 앞뒤를 잴 시간이 필요치 않다는 얘기다.
그러나 노동계가 내놓은 시큰둥한 반응에 많은 사람들이 우려하고 있다. 양보할 만큼 양보한 상황에서 노동계의 목소리만 높이는 것에 대한 거부 반응이다.
지금은 노동계가 사회 변화에 맞춰 인식과 자세를 바꿔야 하는 시기다. 예전처럼 투쟁 일변도의 해결방식보다는 대화와 협력이 중요한 때이다. 우리 사회의 고질적 병폐인 일자리 창출과 사회 양극화 해소는 어느 한쪽의 노력만으로 이뤄지기 어렵다. 각자의 위치에서 서로 조율하고 협력하고 같이 책임지는 노사정위원회가 필요한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