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대 노동지침 폐기…사회적 대화 복원 신호탄 ‘기대’
양대 노동지침 폐기…사회적 대화 복원 신호탄 ‘기대’
  • 김성욱 기자
  • 승인 2017.09.25 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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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적 구속력 없지만 ‘가이드라인’ 역할…노동 적폐 지적
노동계 “일단 환영…노동기본권 보장 등 추가 조치 필요”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정부가 25일 노동계의 핵심 요구사항 중 하나인 양대 노동지침 폐기를 전격 수용했다.

양대 노동지침은 노동계에서 그동안 사회적 대화 중단을 초래한 박근혜 정부의 대표적인 ‘노동 적폐’ 사례로 지적돼 왔다. 이 같은 양대 지침이 문재인 정부 들어 폐기된 만큼 양대 노총의 노사정위 복귀에 시동이 걸릴지 주목된다.

양대 지침은 공정인사 지침과 취업규칙 해석 및 운영에 관한 지침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이 가운데 공정인사 지침은 저성과자 해고를 가능하도록 ‘일반해고’를 허용하는 게 핵심이다.

또 취업규칙 해석 및 운영에 관한 지침은 사업주가 노동자에게 불리한 사규를 도입할 때 노조나 노동자 과반 동의를 받도록 한 법규를 완화하는 게 골자다. 취업규칙은 채용·인사·해고 등과 관련된 사규를 말한다.

현행 근로기준법은 해고를 엄격하게 제한하고 있으며 사측에서 근로자를 해고할 수 있는 방법은 ‘징계해고’와 ‘정리해고’ 등 두 가지다.

징계해고는 근로자가 비리나 심각한 법규 위반을 저질렀을 때 이뤄지고 정리해고는 기업의 경영악화로 고용을 중단할 때 불가피하게 이뤄지는 것을 말한다.

반면 일반해고는 저성과자나 근무태도가 불량한 직원의 고용을 중단할 수 있다.

사용자 입장에서는 인건비 부담을 줄이고 우수 인력을 상시 채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노동자는 늘 고용불안에 시달려야 하는 입장에 처하게 된다.

양대 지침은 실제로 법적 구속력은 없지만 일종의 ‘가이드라인’ 역할을 하면서 근로자들에게 상당한 심리적 구속력을 갖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에 한국노총을 비롯한 노동계는 양대 지침을 쉬운 해고와 노동자에게 불리한 사규를 양산하는 ‘노동개악’으로 규정하고 박근혜 정부의 강행 처리 방침에 강하게 반발했다.

박근혜 정부가 결국 지난해 1월22일 양대 지침을 강행 처리하자 한국노총은 노사정위에서 전격 탈퇴하는 초강수를 두면서 노사정 대화는 전면 중단됐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면서 양대 지침을 둘러싼 노정 갈등은 수습 국면을 맞았다. 한국 노총이 사회적 대화 복원을 위한 선결 조건 중 하나로 양대 지침 폐기를 제시했고 새 정부도 이에 적극 화답한 것이다.

이처럼 정부가 양대 지침의 전격 폐기를 선언한 것은 노동계에 사회적 대화 복귀 명분을 준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특히 노동계 출신인 문성현 노사정위원장 임명과 더불어 그동안 교착 상태에 빠졌던 사회적 대화 복원의 돌파구가 마련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도 엿보인다.

다만 노동계 측은 양대 지침의 폐기는 노동자의 기본적인 권리 보장을 위한 당연한 조치라고 환영하면서도 노사정위 복귀를 위한 유인책이 도리 수 없다는 입장이다.

유정엽 한국노총 정책실장은 “양대 지침의 폐기는 노정 간 신뢰회복과 노동존중 사회실현을 위한 일로 적극 환영한다”면서도 “한국노총은 그간 노사정위원회의 개편을 주장해왔기 때문에 단순히 양대 지침을 폐기했다는 이유만으로 노사정위를 복귀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남정수 민주노총 대변인은 “양대 지침 폐기 결정은 당연히 환영하지만 노사정위원회 복귀 문제와는 별개”라며 “양대 지침뿐만 아니라 단협 시정명령, 노동시간·통상임금 등 해결해야 할 문제가 산적하다”고 밝혔다.

남 대변인은 이어 “양대 지침 폐기를 시작으로 이러한 잘못된 행정해석들도 바로 잡아야 한다”며 “그간 노사정위가 단순히 정부의 들러리 역할에 불과했다는 논란을 불식시키기 위해 달라진 모습을 보여야 할 것”이라고 요구했다.

[신아일보] 김성욱 기자 dd921208@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