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가계부채 대책 헛다리 짚는 금융당국
[기자수첩] 가계부채 대책 헛다리 짚는 금융당국
  • 이한별 기자
  • 승인 2017.09.25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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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 들어 가계대출 규제 방안 중 하나로 그동안 전례 없던 LTV(주택담보인정비율)·DTI(총부채상환비율) 강화 대책이 시행됐다.

지난 6월과 8월 두 차례 부동산대책에 따라 투기지역과 투기과열지구의 LTV·DTI가 기존 60~70% 수준에서 현행 40%까지 내려간 것이다.

가계부채 증가를 잡겠다는 정부의 취지는 명확했지만 LTV·DTI 강화 대책은 헛점을 드러냈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등 금융당국은 8·2부동산대책 시행 후 갑작스런 LTV·DTI기준 변경으로 애먼 실수요자까지 대출이 막히자 잇단 보완책을 내 놓은 것이다.

이 같은 가계대출 옥죄기 정책에 서민·중산층이 이자가 비싼 신용·자영업대출이나 제2금융권으로 내몰리는 '풍선효과'에 대한 우려 또한 나타나고 있다.

시장 안정을 도모해야 할 금융당국이 미비한 대책으로 오히려 나서서 혼란만 부추긴 꼴이다.

당초 가계부채 폭증은 '빚내서 집사라'는 박근혜 정부의 부동산 규제 완화 정책과 저금리 기조가 시기적으로 맞물려 있다.

박 정부는 2014년 8월 LTV·DTI를 각각 70%, 60%로 대폭 완화했다.

같은달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한은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2.5%에서 0.25% 포인트 인하했다. 이후 지난해 6월까지 기준금리를 총다섯 차례 내리며 사상 최저 수준인 현재 1.25%까지 끌어내렸다.

실제 부동산 규제 완화가 이뤄진 2014년 후 빚이 불어나는 속도가 소득이 늘어나는 속도를 빠르게 앞질렀다.

한국의 가계부문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은 1999년 연평균 8.8%에서 2011년 12.2%를 기록한 후 2012년(12.0%), 2013년(11.7%), 2014년(11.2%) 등으로 안정세를 나타냈다.

하지만 DSR은 2015년 11.4%로 반등했으며 지난해 12.1%로 뛰었다. 올 1분기에는 12.5%까지 치솟은 것이다.

금융당국은 LTV·DTI 규제 강화에 이어 내달 신(新)DTI 정책과 DSR 가이드라인을 내놓으며 대출 조이기를 강화할 예정이다.

이 같은 돈줄을 옥죄는 정책이 나무만 보고 숲은 보지 못하는 격으로 남지 않길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