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국의 문턱까지 왔다고 자부하는 한국인의 자존심을 허무는 일로 간과해 서는 결코 안 될 것이다.
아동학대는 당장의 문제도 심각하지만 나라의 미래와 관련된 중대한 사안으로. 이대로 방치한다면 10년, 20년, 아니 그 뒤의 상황을 쉽게 가늠할 수 있을 것이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윤상직 의원(자유한국당)이 법무부로부터 제출받은 아동학대 사범 처리 현황 자료에 따르면 검찰이 접수해 처리한 아동학대 사범 수는 지난해 4580명으로 전년 대비 70%나 증가했다. 지난 2012년 252명에 머물렀던 아동학대 범죄자 수는 2013년 459명, 2014년 1019명, 2015년 2691명으로 매년 급증세를 보였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볼 때 4년 만에 18배로 폭증한 수치다.
올해 들어서도 상반기까지 총 2463명이 아동학대 범죄로 적발됐는데 이는 2015년 한 해 동안 접수된 규모와 맞먹는 수치다. 수사가 진행돼 가해자가 형사재판에 넘겨진 사례 역시 2012년 68명에서 지난해 679명으로 늘어나 충격을 주고 있다.
여기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점은 아동학대의 대부분이 친부모에 의해 저질러진다는 점이다. 지난해 발생한 아동학대 가해자의 76.3%가 친부모다, 나머지 가해자도 계부·계모·양부모 4.4%, 조부모를 포함한 친인척이 4.3%를 차지하고 있다. 문제는 부모에 의한 아동학대는 외부에 잘 드러나지 않아 극단적인 상황으로 치닫는 경우가 많다는 사실이다.
우리나라 속담에 ‘세 살 적 버릇 여든까지 간다’는 말이 있다. 어릴 때 몸에 밴 버릇은 늙어 죽을 때까지 고치기 힘들다는 뜻으로, 어릴 때부터 나쁜 버릇이 들지 않도록 잘 가르쳐야 함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아동학대를 경험한 아동이 성장하면서 가정과 학교, 사회에서 잘못된 폭력의 전달자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다. 여기에다 아동학대는 세대 간에 전달되고 대물림된다는 이차적인 문제까지 발생시키기 때문이다.
아동학대는 한 가정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사회의 문제이다. 힘이 약하고, 자기 방어력이 없는 아동이 학대당하는 수가 늘어난다는 건 그 자체가 치욕이라고 해도 할 말이 없다. 사회적 약자가 보호받고, 사고와 행동의 다양성이 보장되는 사회가 선진사회 일 것이다.
국가와 사회는 아동이 독립적인 인격체로 존중받고 안전하고 건강하게 자라도록 보호 할 책무가 있다. 그런데도 사회의 무관심과 안전망 미비로 어린 생명이 학대를 받는 안타까운 사건이 좀처럼 줄지 않는 것은 대한민국의 부끄러운 자화상 일 것이다.
미래가 우리 자녀들에게 달려 있다면, 결국 미래를 여는 열쇠는 일차적으로 자녀를 양육하는 부모에게 있다. 자녀를 양육한다는 것은 그들이 자신이 살아갈 환경에서 스스로 자기 앞길을 헤쳐 나갈수 있게 독립적인 인간이 되도록 준비해 주어야 하는 것이다.
대한민국에 태어난 모든 아이들은 우리의 아이임과 동시에 나라의 미래라는 사실을 인식하고 아동학대와 관련한 문제를 거시적인 안목에서 접근해 해결책을 찾아야 할 때다. 더는 학대의 그늘에서 멍들고 신음하는 아이들이 없기를 간절히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