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줌 재가 돼 돌아 오시다니…"
“한줌 재가 돼 돌아 오시다니…"
  • 김용만기자
  • 승인 2008.08.31 17: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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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천동 꿈꾸는 교회 빈소 ‘눈물바다’
필리핀 북부 판가시난 주에서 교통사고로 숨진 서울 봉천동 꿈꾸는교회 박수진 담임목사(52) 등 5명의 유해가 31일 오전 5시15분께 아시아나항공 OZ 704편을 통해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했다.

이날 박 목사와 부인 한연오씨(52), 곽병배 부목사(33)와 부인 최미경씨(35), 박태성 부목사(38) 등 꿈꾸는교회 목회자 가족 5명의 유해가 인천공항 여객터미널 E 입국장을 빠져나오자 1시간30분여 전부터 기다리고 있던 유족 및 교회 관계자 60여명은 한꺼번에 울음을 터뜨렸다.

박태성 부목사의 부인 정현희씨(38)는 창백한 얼굴로 말을 잇지 못했고 일부 유족들은 달려가 유골함을 부여잡으며 오열했다.

교인들은 "아직 할 일이 많은데, 그 일을 누가 하라고 떠나셨느냐", "아까운 사람이 먼저 가면 어떻게 해"라고 되뇌며 가슴을 쳤다.

유해가 오전 6시20분께 봉천동 꿈꾸는 교회 1층에 마련된 분향소에 도착하자 박태성 목사와 곽 목사의 모친들은 바닥에 주저앉았고, 박수진 목사의 장녀 박미연씨(28)는 의연한 모습으로 주변 사람들을 챙겨 교인들을 더 눈물짓게 했다.

군 복무 중 부고를 접한 최미경씨의 조카 최모군은 "어릴 때부터 고모가 직접 공부를 가르쳐주는 등 가깝게 지냈다"며 눈시울을 적신 채 입술을 깨물었다.

현지 방문단을 이끌고 이날 귀국한 하근택 수석장로(69)는 빈소에서 통곡이 멈추지 않자 "너무 슬퍼하면 목사님들이 기뻐하지 않을 것"이라며 장내를 정리했다.

이후 오전 7시 시작된 1부 예배에서는 목회자들이 '절망 속의 희망', ‘슬픔 중에 들리는 말씀' 등을 주제로 한 설교를 통해 교인을 위로했다.

교인들은 "희생된 목사님들이 최근 한층 더 의욕적이고 큰 꿈을 설파했었다"며 "아마 마지막 열정을 불태우고 정점에서 떠난 것 같아 허무하기도 하고, 그 뜻을 받들려면 더 정진해야겠다는 각오가 서기도 한다"고 입을 모았다.

교인들은 이날 주보를 통해 "인간의 한계와 불가능을 믿음으로 뛰어넘는 초자연적인 삶을 살자"는 내용을 골자로 한 박수진 목사의 마지막 설교 요약문을 읽으며 묵상했다.

교회측은 설교 녹음 테이프도 복사해 배포키로 했다.

교회 관계자와 유족들로 구성된 현지방문단은 마닐라 도착 다음날인 29일 외교부의 도움으로 시신을 마닐라로 옮긴 뒤 필리핀 주재 한국인 선교사들이 대거 참석한 가운데 현지 장례식을 치렀다.

유족들은 이후 알루미늄관을 새로 제작해야 하는 등 시신 운구 절차가 까다롭고 시간도 1주일 정도 지체될 것으로 보이자 시신을 화장해 국내로 운구했다.

사망자들의 유해는 빈소에서 하룻밤을 지낸 뒤 1일 오전 8시 발인예배를 마치고 각각 장지에 안치될 예정이다.

박수진 목사 부부는 경북 의성 선산에, 곽 목사 부부와 박태성 목사의 유해는 벽재 하늘문 추모공원에 안치된다.

한편 이날 귀국한 희생자 5명과 함께 숨진 진해 꿈꾸는교회 박성돈 담임목사(47) 일가족과 필리핀 현지 선교센터에서 일하던 이인철 집사 등 4명의 유해는 30일 오전 김해공항을 통해 먼저 운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