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차 소송 이후 경총에 통상임금 관련 문의 쇄도
기아차 소송 이후 경총에 통상임금 관련 문의 쇄도
  • 정수진 기자
  • 승인 2017.09.20 1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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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칙 적용 기준 뚜렷하지 않아 '혼란'
기아자동차 본사 앞 신호등에 빨간 등이 켜져 있다. (사진=연합뉴스)
기아자동차 본사 앞 신호등에 빨간 등이 켜져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달 기아자동차가 통상임금 소송 1심에서 져 수 천억원의 ‘임금 소급 지급’ 판결을 받자, 다른 기업들도 한국경영자총협회(이하 경총) 등에 조언을 구하고 있다.

경총이 최저임금위원회에 사측 대표로 참여할 만큼 경제단체들 가운데 노사 문제에 ‘특화’했기 때문이다.

이들은 주로 애매모호한 ‘신의칙(신의성실 원칙)’ 적용 기준을 묻거나, 기존 상여‧수당 등을 포함한 임금체계를 어떻게 개편해야 이런 법적 분쟁을 예방할 수 있는지 상담하고 있다.

어떤 회사에서 상여금 지급에 ‘당일 재직 중이어야 한다’, ‘일정 근무 일수를 충족해야 한다’ 등의 추가 조건을 두고 있다면, 이 상여금은 통상임금의 ‘고정성’ 요건에 맞지 않기 때문에 통상임금으로 인정되지 않는다.

종업원 1000여명이 근무하는 건설업체 B사의 경우 “상여금의 ‘재직자 한정지급 조항’ 유무에 따라 통상임금 포함 여부가 결정되는 것은 너무 불합리하다”며 “기업이 근로자를 배려해 상여 지급 규정을 엄격하게 두지 않은 것인데, 그런 경우 오히려 통상임금에 포함되고 부담이 더 커지는 것은 모순”이라고 말했다.

식품업체 C 기업의 경우 “2013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을 통해 통상임금 요건은 어느 정도 파악하게 됐다”며 “하지만 이후 신의칙 인정 기준이 하급심마다 엇갈려 혼란스럽고, 예측할 수 없는 판결에 기대하고 통상임금 소송이 우리 기업에서도 제기되지 않을까 불안하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경총 관계자는 “법정에서 신의칙의 적용 기준이 뚜렷하지 않다 보니, 이에 대한 명확한 해석을 경총에 요청하는 사례가 크게 늘었다”며 “2013년 통상임금 판결 이후 아직 통상임금 체계를 고치지 않은 기업들이 구체 개편 방법을 묻는 경우도 많다”고 전했다.

경총 분석에 따르면 2013년 전원합의체 판결 이후 진행된 임금체계 개편은 크게 네 가지 형태로 볼 수 있다.

제일 간단한 방법은 연간 정기상여금 총액을 12개월로 나눠 월 기본급에 포함하는 것이다. 하지만 일부 업체에서는 정기상여금 일부만 통상임금에 포함하고, 나머지에 ‘재직자 한정 지급’, ‘한 달 15일 이상 근무 시 지급’ 등의 조건을 추가해 통상임금에서 제외한 경우도 있다. 일부 상여금과 수당의 ‘고정성’ 요건을 없애 통상임금에서 빼 버린 것이다.

드물지만 더 나아가 정기상여금 모두에서 ‘고정성’을 배제하고 통상임금과 상여금을 완전히 분리한 사례도 있다.

‘성과 연동 상여금’ 체제로 전환한 기업들도 있다. 기존 정기상여금의 일부를 성과와 연동해서 지급하도록 규정하고, 통상임금에서 제외하는 것이다.

경총 관계자는 “통상임금 문제 해결과 효율성 등의 측면을 모두 고려할 때, 기업들로서는 ‘성과 연동형 상여금’ 임금체계를 선호하는 편”이라며 “하지만 이 방식은 생산현장에 긴장감을 조성하기 때문에 도입 과정에서 노조와 갈등을 겪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