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택공사에 회삿돈을 유용한 혐의를 받는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16시간의 고강도 경찰 조사를 받고 귀가했다. 재벌 총수가 경찰에 출석해 조사받기는 10년 만에 처음이다.
경찰청 특수수사과는 19일 오전 조 회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회사 자금 유용과 관련한 사실관계를 조사했다.
조 회장은 2013년 5월부터 2014년 8월까지 평창동 자택 인테리어 공사비용 중 30억원가량을 그룹 계열사 대한항공의 인천 영종도 호텔 공사비에서 빼돌려 쓴 혐의(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배임)를 받고 있다.
경찰은 조 회장이 회사 자금 유용을 알고 있었는지, 비정상적으로 자금이 지출되는데 어느 선까지 관여했는지 등 집중 추궁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오전 10시께 검찰 출신 로펌 변호사 등을 변호인으로 선임해 경찰청에 출석한 조 회장은 취재진의 질문에 일제히 답하지 않고 “조사에 성실히 임하겠다”고만 말하고 들어갔다.
이후 자정을 넘긴 20일 오전 1시50분께 긴 시간에 걸쳐 고강도 조사를 받고 나와서도 조 회장은 취재진에게 "조사에 성실히 임했다"고만 답한 뒤 떠났다.
조 회장은 경찰에서 혐의를 대부분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조 회장의 진술 내용을 검토한 뒤 신병처리 방향을 결정할 계획이다.
앞서 경찰은 자택 인테리어 공사업체의 세금 탈루 혐의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대한항공 회사 자금 일부가 자택공사비로 빼돌려진 정황을 포착했다.
이에 지난 7월 초 대한항공 등을 압수수색하고 자금 유용에 핵심 역할을 한 인물로 지목된 한진그룹 건설부문 고문 김모(73)씨를 지난달 구속했다.
현재는 조 회장과 부인 이명희 일우재단 이사장도 등 범행에 관련했다 판단되는 이들을 불러 조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