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너리스크로 인해 삼성전자의 평판이 추락하고 있다. 올 한해 기록적인 수익을 낼 것이 확실시 되는 상황에서 기업이미지나 평판 등 기업을 둘러싼 이해관계자들의 평가가 나락으로 떨어지는 아이러니가 현실화 되고 있다.
삼성전자는 올해 초 미국 여론조사기관 ‘해리스 폴’이 발표한 기업 평판 지수(Reputation Quotient)에서 지난해보다 42계단이나 떨어진 49위에 그쳤다.
최근 글로벌 컨설팅업체 ‘레퓨테이션 인스티튜트’(RI)가 발표한 ‘2017 글로벌 CSR 순위’에 따르면, 지난해 20위를 기록하는 등 매년 30위 이내를 기록했던 삼성전자는 올해는 64.5점에 그치면서 89위로 주저앉았다. 100위 내 기업 가운데 순위 하락 폭이 가장 컸다.
이번 평가에서 사회적 책임을 가장 잘 구현한 기업은 덴마크의 완구업체인 레고 그룹이 꼽혔다. 레고그룹은 기업으로서 책임져야 할 영역을 아동, 지구, 사회 등 3가지로 분류하고 각 영역에서 기업시민 역할을 하고 있다.
2위와 3위를 차지한 미국 마이크로소프트(MS)와 구글도 자신의 핵심역량을 인류를 위해 쓰는 방식으로 CSR을 진행하고 있다.
빌 게이츠는 이미 10년 전 ‘창조적 자본주의’를 주장했다. MS가 세상에 어떻게 기여할지에 대한 철학을 규정하고 이를 실천하고 있다.
구글은 선진화된 기술을 통해 전세계인의 삶의 질을 개선시키는 부분에 집중한 CSR을 진행하고 있다. 자연재해나 질병확산 등과 관련된 실시간 정보를 제공하는 위기 모니터링 시스템이 대표적이다.
반면 지난해 7위에 올랐던 애플은 총기 테러와 관련해 미국 정부가 요구한 아이폰 잠금 해제 거부 등 부정적인 평가를 받으면서 49위로 떨어졌다.
삼성전자도 마찬가지다. 기업이 인류의 삶에 어떤 기여를 할 것인지에 대한 철학이 분명치 않다. 감성적 선언과 표현, 시혜적 차원의 활동은 많지만 초우량 글로벌 기업의 외형에 걸맞는 전략은 찾아보기 어렵다.
국내 기업 중 가장 많은 자금을 들여 다양한 사회공헌을 진행해온 삼성전자의 입장에서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지적일 수도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번 조사에서의 순위 급락이 갤럭시노트7의 발화사건과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에 따른 이재용 부회장 구속 등에 의한 것이란 분석이다.
제조사에게 제품실패로 인한 소비자의 외면이 흔히 일어날 수 있는 일임을 감안할 때 결국 오너의 비윤리적 경영행태가 순위 폭락의 주요 요인이었던 셈이다.
이번 평가가 삼성전자에게 전달한 메시지는 분명하다. 보다 투명한 기업, 지배구조가 분명한 기업, 이해관계자와 적극적으로 공감하고 소통하는 기업을 요구한다.
이재용 부회장의 구속에도 불구하고 삼성전자가 연일 최고 주가를 갱신하는 등 기업의 경영성과가 매우 좋은 상황임을 고려하면 오너리스크가 그다지 중요치 않다고 여길 수 있다.
하지만 긴 시간에 걸쳐 성장해온 기업일지라도 오너의 한순간 판단착오로 인해 몰락할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오너의 구속 등 비윤리적 기업경영에 대한 사회적 비판은 영원히 소비자들의 뇌리에 남는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혁신을 통해 성장하는 기업을 넘어 위대한 기업, 존경받는 기업이 되기 위해서는 오너가 아니라 이해관계자들과 함께 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