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준비하지 않으면 미래는 없다”
[기자수첩] “준비하지 않으면 미래는 없다”
  • 이승현 기자
  • 승인 2017.09.19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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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올해 반도체 매출이 사상 첫 100조원을 기록할 것이란 전망이다. 

D램과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 반도체의 장기호황이 이어지며 올해 이들 기업의 영업이익 역시 45조원을 넘어설 것이란 관측도 나오고 있다. 대단한 성과다. 

두 기업의 메모리 반도체 시장 글로벌 점유율은 70% 이상을 차지한다. 높은 점유율과 호황이 겹치며 상상을 초월하는 과실을 만들어 냈다. 

지난해 삼성전자는 13조6000억원의 영업이익을 반도체 부문에서 이끌어 냈다. SK하이닉 역시 영업이익이 5조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우리 경제를 이끄는 쌍두마차 역할을 담당했다. 반도체 산업이 사실상 우리 수출 산업을 이끈 셈이다.

올해 하반기 역시 ‘아이폰X’의 판매 증가 전망과 서버·클라우드의 메모리 수요 강세에 특별한 악재가 없는 한 매출액 100조원 역시 무난히 달성할 것이란 관측이다. 하반기 우리 수출지표에 반도체의 이름은 가장 높은 곳에 이름을 올릴 것이 분명하다.

지금은 우리 기업들이 세계 시장을 호령하고 있지만 과거에는 달랐다. 

반도체 산업의 역사를 되짚어 보면 반도체 강국은 사실 우리나라가 아닌 일본이었다. 

1980년대 일본은 반도체 시장 점유율 50%를 훌쩍 넘긴, 세계 반도체 시장의 점령군이었다.

특히 1987년 도시바가 개발한 낸드플래시 메모리에 따른 엄청난 매출과 영업이익에 일본의 반도체 불패 신화를 의심하는 사람은 없었다.

하지만 그 기쁨은 오래가지 않았다. 승리에 도취됐던 일본의 반도체 업계는 추격하는 삼성전자와 빠르게 변화하는 시장수요에 제대로 반응하지 못하면서 결국 반도체 강국의 자리를 내줬다. 순간의 과실에 젖어 미래를 내다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100조원 매출 신화를 앞둔 우리기업에 80년대 일본의 상황은 좋은 본보기가 될 수 있다. 

특히 하반기부터 초과 공급에 따른 반도체 가격 하락세가 이어질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는 만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과거의 일본 기업들이 왜 후발주자들에게 추월을 허용할 수밖에 없었는지를 ‘반면교사’로 삼아 내일을 준비해야 한다. 

정부 역시 수출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반도체 산업의 불투명한 미래에 대비해 신수종 산업을 육성해야 한다. 그것이 스타트업이든 중소기업이든 기업에 활력을 공급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아울러 수출지상주의 패러다임에서 벗어나 내수에도 관심을 기울이겠다는 선언을 한만큼 소득주도성장을 가능케 하기 위한 각종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 

갈 길은 여전히 멀다. 지금은 반도체 수출로 인한 착시현상에 빠져 파티를 즐길 때가 아니다.

[신아일보] 이승현 기자 shlee4308@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