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공수처’ 정부 권고안으로는 검찰개혁 어렵다
[사설] ‘공수처’ 정부 권고안으로는 검찰개혁 어렵다
  • 신아일보
  • 승인 2017.09.19 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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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이 사회개혁의 핵심공약으로 내세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를 위한 정부의 법안이 윤곽을 드러냈다. 일영 ‘공수처’는 그동안 일부 검찰들의 구조적인 병폐를 막고 고위 공직자의 성역 없는 수사를 통해 사회개혁을 이루겠다는 의지가 담겼다.

박근혜 정권의 국정농단 과정에서 정치검찰이 권력과 유착돼 검찰의 기능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인식이 깔려있다.

법무부 산하 법무·검찰개혁위원회가 18일 발표한 공수처 신설 권고안에는 고위 공직자와 판·검사, 국회의원 등의 각종 직무 범죄에 대해 수사권과 기소권, 공소유지권을 가진 독립기구로 되어있다. 권고안은 그동안 사회적으로 문제가 됐던 고위 공직자의 각종 직무범죄 대부분을 수사대상에 포괄하고 있다. 

다른 수사 기관에 대해 우선권을 갖는 강력한 지위도 부여됐다. 막강한 권력인 만큼 남용의 우려를 막기 위한 각종 견제장치도 마련됐다.

위원회는 주요 수사대상으로 대통령은 물론 국무총리, 국회의원, 대법원장, 헌법재판소장, 광역지방자치단체장과 교육감 등 헌법 기관장을 총 망라했다. 퇴임 후 3년 미만의 고위 공직자도 수사를 받을 수 있고, 배우자와 직계존비속, 형제자매까지 대상에 포함된다. 수사 대상 범죄도 공위 공직자 업무 전반에서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유형이 포함됐다. 

하지만 아쉬운 점도 적지 않다. 

공수처에 수사권, 기소권, 공소유지권을 모두 부여하도록 돼 있지만 사실상 수사 인력과 첩보 기능에서 한계를 보일 것이 자명해 보인다. 타 기관에 비해 우선적으로 수사권을 가지지만 한정된 인력과 독자적인 첩보 기능이 미흡한 상황에서는 결국 헛바퀴 돌 듯 따로 움직일 우려가 있다. 

공수처는 검사 30~50명과 수사 인력을 합쳐 최대 120명 선으로 꾸려질 예정인데 살아있는 권력인 헌법 기관장들의 수사에는 턱없이 모자라 보인다.

우선적으로 수사할 수 있는 권한 자체도 고위 공직자 내사를 할 때는 공수처에 미리 알려야 하는 게 전제조건이다. 

하지만 수사 관행상 또는 검찰의 내부 상황을 볼 때 공수처와 긴밀하고 유기적인 정보공유를 장담하기 어렵다. 때문에 스스로 고위 공직자의 비리 첩보를 입수해 수사하지 않고 검찰이나 경찰의 첩보에 의존하는 수사나 운영 방식은 현장 인식이 전혀 없는 탁상공론이 되기 쉽다.

당초 검찰개혁의 기본 축은 검찰이 ‘하나로’ 인식되는 조직문화를 없애지 않으면 ‘제 식구 감싸기’는 언제나 반복될 수밖에 없다.

내사 단계에서 검찰이 공수처에 이를 알리지 않았을 때 어떤 제재를 가할지가 권고안에는 명확하게 표시되지 않았다. 고위 공직자의 권한은 생각보다 강하다. 만약 자신이나 조직에 수사가 진행되는 것을 인지한다면 증거 인멸 등의 힘을 가지고 있다. 때문에 보다 은밀하게 진행돼야 할 수사에 첩보 공유를 따지기에는 애매한 부분이 많다. 

아직 공수처에 대해 완성판이 만들어진 것은 아니다. 정부의 법안 일뿐이다. 하지만 이런 문제에 대한 대응조차 빠진 법안을 내놓은 정부에 실망할 수밖에 없다.

국민은 전 정권이 검찰 등의 권력과 유착돼 국정농단을 했다는 것을 잊지 않았다. 검찰개혁이 이뤄져야 할 근본 이유다. 보다 강력한 개혁을 견인할 수 있는 치밀한 법안이 논의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