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가계부채, 이제 대증처방으로는 안 된다
[사설] 가계부채, 이제 대증처방으로는 안 된다
  • 신아일보
  • 승인 2017.09.17 16:1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정부가 10월 중순께 가계부채 대책을 새로 내놓을 예정이다. 그동안 여러 가지 대책을 발표했지만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는 가계부채 증가세를 금융당국이 이번에는 제대로 잡기를 바란다. 

지난달 2일 발표된 부동산 대책으로 가계의 주택담보대출 증가세가 한풀 꺾였다. 하지만 자영업자 주택담보대출이나 신용대출이 큰 폭으로 늘어나면서 풍선효과가 나타났다는 지적이다. 

8·2 대책은 특정지역 부동산을 규제하는 투기억제책이다. 집값의 이상 급등 현상이 나타나는 지역을 투기지역과 투기과열지구로 묶어 규제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은행의 가계 신용대출이 10년 만에 최대 폭으로 증가했고, 자영업자들의 개인사업자대출이 급증하면서 그 빛이 바랬다는 지적이다. 특히 개인사업자의 주택담보대출은 6·19대책 이후 두 달 동안 큰 폭으로 늘었다. 지난해 1월~올해 6월까지의 평균치보다 2배 수준이다. 

6·19나 8·2 부동산 대책에 따라 LTV·DTI 강화는 가계 주택담보대출에 적용되면서 가계부채를 억제하는 효과를 가져왔다. 그러나 개인사업자 대출은 LTV가 적용되지 않으므로 집값의 100% 가까운 수준까지 대출을 받는 것도 가능해 허점이 나타났다. 개인사업자 대출 증가는 사업 자금 명목으로 돈을 빌려 주택을 사려는 수요가 있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뿐만 아니다. 신용대출에서도 풍선효과는 나타났다. 5대 은행의 8월 말 기준 개인신용대출 잔액은 93조9188억 원으로 1조3899억 원 늘었다. 7월 말 기준 잔액이 6월보다 7012억 원 늘어나났던 것에 비하면 그 증가 폭이 약 2배로 커졌다.  

개인신용대출 증가는 7월 하순 영업을 시작한 카카오뱅크가 한몫했다. 카카오뱅크 8월27일 기준 개인신용대출 잔액은 1조4090억 원에 달했다. 이를 고려하면 은행권의 신용대출 규모는 더욱 급격히 늘어난 것으로 추정된다.

추석 이후 금융당국이 내놓을 가계부채 대책은 지역과 관련된 규제와 달리 차주(借主)의 소득과 원리금 상환 부담을 따져 대출의 건전성을 강화하는 금융 규제로 알려진다.

가계부채가 증가하는 게 무조건 나쁜 것은 아니다. 1400조원 규모의 가계부채는 우리 경제 수준으로 볼 때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다. 문제는 북핵 리스크와 미국의 보호주의 정책, 중국의 사드보복 등 돌발 변수가 너무 많다는 것이다.

가계부채 증가만 문제가 되는 게 아니다. 기준금리가 1%대로 떨어진 초저금리 상황에서도 가계의 은행예금이 꾸준히 늘어나고 있는 점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7월 말 기준으로 예금은행의 총예금 1252조9902억 원 가계가 보유한 예금은 587조8163억 원이다. 가계 예금은 작년 말 580조7260억 원에서 7개월 사이 7조903억 원 늘었다. 올해 들어 월 평균 1조100억 원씩 불어난 셈이다.

가계 저축과 부채가 동시에 늘어나는 현실은 경제 양극화가 심화됐다는 표시다. 한마디로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극심해졌다는 얘기다. 고소득자나 부유층은 과거보다 훨씬 저금을 많이 하지만 저소득층은 돈을 더 빌릴 수밖에 없는 현실이 심화된 것이다.

정부의 10월 가계부채 대책은 이런 상황을 종합적으로 관리할 수 있어야 한다. 그저 일시적인 현상이나 미봉책에 매달리는 대증처방은 이제 통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