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단, 금호타이어 자구안 실행 순서 두고 '장고'
채권단, 금호타이어 자구안 실행 순서 두고 '장고'
  • 이승현 기자
  • 승인 2017.09.17 13: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유상증자 선행 시 ‘알박기’ 우려…미루면 유동성 문제 부상

금호타이어 채권단이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의 자구계획안 실행 순서를 두고 고민하고 있다. 

유상증자를 먼저 하면 채권단이 박 회장을 견제할 수단이 사라지고, 중국법인 지분매각을 먼저 하면 유동성 문제로 회사의 생존 자체가 위협받을 수 있기 때문.

채권단은 박 회장이 유상증자로 지분을 보유하게 되면 중국법인의 지분 매각에 소극적으로 나오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자구안대로 2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하면 박 회장은 금호타이어 지분 20%를 확보하고 채권단의 지분은 기존 42%에서 33%로 떨어진다. 박 회장은 사실상 금호타이어를 좌지우지할 수 있지만 경영진 해임 등 채권단이 손에 쥔 칼은 무뎌진다. 채권단이 다른 주주들을 설득해 표 대결을 벌일 수 있지만, 성공 가능성은 알 수 없다.

베트남 호치민시 빈증성에 위치한 금호타이어 공장 전경. 사진/금호타이어
베트남 호치민시 빈증성에 위치한 금호타이어 공장 전경. 사진/금호타이어

 

중국 사업장을 먼저 정리할 경우엔 유동성 문제가 예상된다.

중국법인의 지분을 팔려면 실사 작업 등 기본적으로 밟아야 할 절차가 있어 자구안에 제시된 일정처럼 5∼6개월의 시간이 걸린다. 이 기간동안 외부의 ‘수혈’이 없으면 금호타이어는 유동성 부족에 시달리게 된다. 회사의 생존 자체가 위협받을 수도 있다는 전망이다.

중국 사업장 정리의 실현 가능성도 채권단이 의문을 표하는 부분이다. 박 회장 측은 자구안만 승인해주면 지분 매각을 위해 협의 중인 투자자들을 채권단에 공개할 수 있다는 입장이지만 채권단은 계획 자체의 실현 가능성에 의구심을 나타내고 있다.

자구안에 따르면 박 회장 측은 중국의 공장 3곳과 상하이 판매법인, 베트남 공장 등을 보유한 홍콩법인을 중국과 베트남으로 인적분할하고서 중국법인의 지분 일부를 3000억원에 매각할 계획이다. 매각과 유상증자가 마무리된 후 중국법인의 최종 지분구조는 매수자 70%, 금호타이어 30%가 된다.

결국 7000억원의 빚을 지닌 기업을 3000억원에 사고 여기에 1000억원을 유상증자할 임자가 있을 것인가에 대한 채권단의 의구심이 해소돼야 한다. 

채권단 관계자는 “유상증자를 먼저 하게 되면 지분 '알박기'로 채권단이 박 회장에 끌려다니게 될 수 있다”며 “유상증자를 뒤로 미룬다면 유동성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문제가 생긴다”고 말했다.

채권단의 고민에 대해 시장에서는 결국 신뢰의 문제라는 판단이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결국 채권단이 박 회장을 신뢰하느냐에 따라 자구안 수용 여부가 결정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유상증자와 중국법인의 지분 매각에 실패하면 금호타이어의 경영권과 우선매수권을 모두 포기하겠다는 박 회장의 발언을 채권단이 믿어주느냐의 문제라는 설명이다.

재계 관계자는 “유동성 위기가 뻔한 상황에서 알박기를 우려하는 것은 결국 채권단이 박 회장을 믿지 못한다는 이야기”라며 “박 회장측이 반드시 문제를 해결해 낼 것이라는 의지로 채권단을 설득해 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채권단은 다음 주 중반 주주협의회를 열어 금호타이어의 자구안에 대한 승인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신아일보] 이승현 기자 shlee4308@shinailbo.co.kr